"보도연맹, 대법원 잘못 시정 최후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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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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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조용환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가 울산보도연맹 학살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촉구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조 변호사는 최근 나온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편집위원회의 반년간 학술지 '법학평론' 창간호에서 "법원은 국가권력을 남용해 인권을 유린한 사건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관한 헌법적 쟁점에 답하지 않은 채 일상적 재산권 분권의 하나처럼 소멸시효라는 도구를 적용해 기술적으로 처리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사건이 제기될 때마다 하급심들은 기존 판례의 틀 안에서 인권의 가치를 지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대법원 판결은 그런 노력을 가로막는 벽이었다"며 "울산사건 판결은 국가의 책임법리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대법원이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울산보도연맹 사건이란 1950년 8월 군ㆍ경에 의해 울산지역 보도연맹원 등 400여명이 10여 차례에 걸쳐 집단 총살된 사건이다.

그는 대법원 오류의 출발점으로 시효 기산점에 관한 잘못된 해석을 꼽았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만을 의미할 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는 정당화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중대한 인권침해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대법원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도 폈다.

피해자들이 전쟁상황에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고 국가가 그들의 권리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바 없다거나 신군부의 비상계엄 해제 때로부터 '자유민주적 헌정질서'가 회복됐다고 하는 게 대표적 예라고 조 변호사는 말한다.

그는 "중대한 인권침해에는 시간이 일반적 사건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역설적 결과를 가져오는 '시간의 역설적 효과'가 작용한다"며 "세월이 흘러야만 새 국가권력이 등장해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을 확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보도연맹 희생자들은 인간의 법에서 내쫓겨 살해당해도 살인죄가 되지 않고 신의 법에 따른 희생제의도 받을 수 없는, 인간과 신의 법에서 모두 추방된 존재, 진정한 의미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조 변호사는 "헌법의 이념과 국제법의 일반원칙을 어기고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 대법원 판례는 설득력 있는 논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한 인권침해의 경우 국가가 진실을 밝힐 때까지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 국가가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소멸시효를 원용하는 것은 '인권침해 범죄를 최후로 완성하는 행위'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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