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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생트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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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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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필자 주>

   
 
 


괜찮은 영화 한편에 굳이 트집을 잡기로 마음먹고 눈을 부릅떴다.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기자의 가슴을 짓누른 불편한 진실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영화의 문제를 꼽아 봤다. 현실이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진 ‘경찰내부 승진 및 인사 비리’와 ‘스폰서 검사’ 문제가 영화의 몰입도를 키웠다. 영화와 현실의 벽을 깨부순 스토리 구조. 제대로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줄도 없고 빽도 없는 한 소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찰(철기) 조직의 비열함. 자신의 출세와 권력 유지를 위해 검은 돈과의 결탁을 망설이지 않는 검찰(주양). 이 두 조직을 이용해 자신의 이권에 집착하고 살인까지 일삼는 기업가(석구).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얼굴. 기자가 느낀 ‘불편한 진실’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최근 ‘잔혹함’만을 내세운 영화들이 늘고 있다. 스크린을 뒤덮은 ‘핏빛 레이스’에 눈살을 찌푸리는 관객이 적지 않다. 대부분은 아니지만 분명 적지도 않다.

영화에서 느끼는 불편함도 이 때문이다.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처럼 살점과 피가 튀는 잔인함보다, 현실의 냉혹함을 뼈가 시릴 정도로 꿰뚫어낸 ‘부당거래’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속 좁은 옹졸함일까.

주인공 철기의 처연한 눈동자에 가슴이 먹먹해졌고, 주양의 능글함에 속이 뒤틀렸다. 분명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잔인한 현실의 반영이란 변명도 좋다. ‘현실의 반영’은 부정할 수 없는 영화의 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때로는 ‘여백의 미덕’이 아쉬울 때도 있는 법이다. 현실이 절망적일 때 더더욱 그렇다.

잘 만든 영화,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영화를 보고나서 생트집을 잡는 이유다.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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