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권력형 비리 수사의 야전사령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년 6개월만에 직접 수사에 나섬에 따라 10위권 대기업과 정관계 사정의 신호탄이 올랐다. 대검 중수부는 C&그룹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기업 2~3곳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시기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 한 곳은 해외에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져 기업과 정관계 사정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1년 반만에 수사 재개한 ‘저승사자’ 대검 중수부
대검 중수부는 21일 오전 C&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중수부는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와 계열사로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자료를 확보했다.
C&그룹은 주식회사 C&해운과 C&상선, 주식회사 C&우방 등 41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그러나 2008년 11월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이 국제적인 조선경기 침체로 부실화하면서 C&우방 등과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중수부는 C&그룹이 상장폐지된 기업이나 부도난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는 C&그룹 외에도 재계 서열 10위권 내 대기업의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서부지검의 한화·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수사와 비교할 때 더 큰 기업을 겨냥한 중수부의 수사는 한층 배가된 파급력을 보일 전망이다.
◇중수부, 대기업 정관계 로비 의혹 “파헤친다”
이번 중수부의 수사 행보는 대기업의 정관계로비 의혹 등 권력형 비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는 이미 10위권 대기업 중 한 곳이 해외에 불법 비자금을 조성, 그 중 일부를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단서를 잡은 상태다. 대검은 올해 들어 국제협력단 산하에 ‘국제자금추적팀’을 신설하는 등 해외 비자금 수사 준비를 꾸준히 해온 터라 향후 수사는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는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벌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 8월 김준규 총장 취임 1년을 맞아 중수부에 ‘특수수사통’ 검사들을 전면 배치하며 수사 체제로 전환하고 기업 비리 첩보를 파악하는 활동해왔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1년 동안 예비군 체제로 운영되던 중수부가 최근 수사 체제에 들어갔고 수사는 시점 문제”라고 말해, 향후 중수부의 대대적인 수사행보를 예고했다.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