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 귀향길' 전 재산 기부한 팔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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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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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삶에 혼기마저 놓치고 서울로 올라가 눈물을 삼키며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을 고향 마을에 기부한 팔순의 할머니가 각박한 세상에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55년 만에 고향인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마을로 귀향한 팔순의 조휘령 할머니.

돈지마을은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돌아와 전국적인 화제를 뿌렸던 '돌아온 백구(白狗)' 마을로도 유명하다.

백구처럼 고향을 잊지 못하고 돌아온 조 여사의 귀향은 예견됐다.

꽃다운 나이인 25세에 부모를 잃고 단신으로 상경해 독신으로 파란만장한 세월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그는 돈이 모이면 지인을 통해 고향에 논과 밭을 샀다. 언젠가 돌아와 살 고향에 의지할 것은 땅뿐이라는 소박한 생각에서다.

그러나 팔순에 돌아와 발전한 고향 마을과 훈훈한 인심이 넘치는 고향의 따뜻한 정에 그는 맘을 바꿔 먹었다.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산 2만 6천여㎡의 논과 밭을 우선 돈지마을에 아무 조건 없이 기부했다.

조만간 수십억 원대인 서울의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정리해 추가로 마을에 내기로 하고 기탁 절차를 밟고 있다.

조씨는 상경 후 용산 미군부대 조달물품 등을 사 전국을 돌며 보따리 장사를 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마을 사람들은 전했다.

조씨는 21일 "가난의 설움과 고독한 삶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친정어머니와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의 품 안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마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조씨의 깊은 뜻에 따라 송덕비를 세우고 오는 24일 그의 80번째 생일날, 팔순잔치와 함께 제막식을 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 박경양씨는 "조 여사가 기부한 재산은 영농법인체를 설립, 운영해 경로잔치, 장학금 등 뜻깊은 일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향 마을에 방 한 칸 없는 조씨는 작고한 시골 친구의 부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 조만간 서울 생활을 완전히 접고 내려와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쉬고 놀다 갈 수 있는 아담한 사랑채 한 채를 지어 살 생각이다./기사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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