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55년 만에 고향인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마을로 귀향한 팔순의 조휘령 할머니.
돈지마을은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돌아와 전국적인 화제를 뿌렸던 '돌아온 백구(白狗)' 마을로도 유명하다.
백구처럼 고향을 잊지 못하고 돌아온 조 여사의 귀향은 예견됐다.
꽃다운 나이인 25세에 부모를 잃고 단신으로 상경해 독신으로 파란만장한 세월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그는 돈이 모이면 지인을 통해 고향에 논과 밭을 샀다. 언젠가 돌아와 살 고향에 의지할 것은 땅뿐이라는 소박한 생각에서다.
그러나 팔순에 돌아와 발전한 고향 마을과 훈훈한 인심이 넘치는 고향의 따뜻한 정에 그는 맘을 바꿔 먹었다.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산 2만 6천여㎡의 논과 밭을 우선 돈지마을에 아무 조건 없이 기부했다.
조만간 수십억 원대인 서울의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정리해 추가로 마을에 내기로 하고 기탁 절차를 밟고 있다.
조씨는 상경 후 용산 미군부대 조달물품 등을 사 전국을 돌며 보따리 장사를 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마을 사람들은 전했다.
조씨는 21일 "가난의 설움과 고독한 삶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친정어머니와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의 품 안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마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조씨의 깊은 뜻에 따라 송덕비를 세우고 오는 24일 그의 80번째 생일날, 팔순잔치와 함께 제막식을 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 박경양씨는 "조 여사가 기부한 재산은 영농법인체를 설립, 운영해 경로잔치, 장학금 등 뜻깊은 일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향 마을에 방 한 칸 없는 조씨는 작고한 시골 친구의 부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 조만간 서울 생활을 완전히 접고 내려와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쉬고 놀다 갈 수 있는 아담한 사랑채 한 채를 지어 살 생각이다./기사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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