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물가안정은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의 지상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의 사정은 다르다. 연준은 드러내놓고 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연준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美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전년동기 대비/출처:WJS) |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미국의 연율 기준 물가상승률은 1% 대를 약간 웃돌았다. 이는 연준이 잠정적으로 정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인 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물가가 낮은 데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연준이 물가상승을 조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줘 지금 당장 소비를 늘리겠다는 속셈이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자동차나 세탁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면 대출을 해서라도 구매 시기를 앞당기게 되고 미국의 경제 회복 속도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 조치로 대출 금리는 최근 과거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맬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연준은 지금 당장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선(先) 구매를 촉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연준이 물가상승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와 함게 임금이 오르면 경제주체들의 부채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너무 낮으면 임금과 소비재 가격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액수가 고정돼 있는 부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도한 부채를 해소하려면 자동차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물가상승률이 현저하게 낮아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GM은 오히려 신차의 가격을 연평균 0.4% 가까이 떨어뜨려야 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있는 연준의 정책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국제유가나 수입 원자재로 옮겨갈 경우 미국의 소비자들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