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배우 신즈레이에게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이란 영광을 안겨준 영화 '우리 머리 위의 햇살(중문명: 日掛中天, 영문명: The Sun Rises on Us All)'을 제작한 감독은 중국 대표적인 6세대 감독 차이샹쥔이다.
국제 영화제에서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리얼리즘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니스영화제와 인연도 깊다. 그는 14년 전인 201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인산인해(人山人海, People Mountain People Sea)'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인산인해는 산과 바다처럼 밀려 드는 엄청난 인파를 뜻한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 부조리함과 혼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분투하지만 결국엔 개인의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영화는 시사한다.
구이저우 산간 마을에 사는 라오톄(천젠빈 분)는 동네 청년 샤오창(우슈보)이 동생을 살해하고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났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범인이 누군지를 알고도 체포하지 않는 경찰 공권력의 무능함에 지친 그는 결국엔 직접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충칭 판자촌, 네이멍구 초원, 산시성 불법 광산까지 전전하며 범인을 쫓아나선 라오톄. 지인에게 배신당하고, 지역 갱단과 부패 경찰의 협박에 돈을 잃고, 무차별적인 살해가 벌어지는 지옥같은 광산에 갇혀 노예처럼 일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며 그의 삶은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영화는 인간의 잔혹함, 사회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내 검열 문제로 베니스영화제에 상영됐던 해외판과 나중에 중국내 개봉된 국내판의 결말이 다르다는 것.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해외판은 처음 당국에 제출한 시나리오와 달리 경찰의 폭력과 부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중국 당국의 검열 통과가 어려웠다. 차이 감독은 당시 영화 투자자 일부가 홍콩 자본이라는 점을 활용해 베니스영화제에는 중국 본토의 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홍콩 영화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판에서는 불법광산에 갇힌 채 노예처럼 일하는 라오톄는 샤오창이 예상치 못하게 사망하자 절망에 빠져 탈출을 위해 광산을 폭파시키지만 결국 모두가 죽는 비극으로 끝난다.
반면 국내판에서는 불법광산에서 달아난 샤오창이 결국엔 경찰에 체포되고, 라오톄도 광산 폭파 속에도 살아남는다. 마지막에 경찰이 "맞서 싸울 수 없는 일은 정부가 대신 나서서 해결해준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법을 지키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해외판은 사회 부조리함 속 개인의 무기력함을 드러내 암울함과 참혹함을 극대화한 반면, 국내판은 체제내 정의 실현을 통해 법치가 구현되고 사회 안정 메시지를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차이 감독은 당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재(人災)'로 귀결된 2011년 원저우 고속철 사고를 예로 들면서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하다"며 "미화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닌 진실되고 객관적 태도로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기보다, 사회의 한 측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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