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 12명은 지난달 27일 소집될 예정이었으나 kdb생명 소속 신정자, 김보미, 이경은이 구단의 차출 거부로 모이지 않았고 부천 신세계 김지윤 역시 부상을 이유로 부산 전지훈련에 빠졌다.
남은 8명 가운데서도 박정은(삼성생명), 하은주(신한은행)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해 실제 훈련이 가능한 선수는 6명뿐이었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임달식(신한은행) 대표팀 감독은 10월31일 결국 부산 전지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18일 시작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경기를 불과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팀 훈련이 중단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kdb생명이 1일 태도를 바꿔 신정자, 김보미, 이경은을 대표팀에 보내기로 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세 명이 합류한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부산까지 내려가 5일간 별다른 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냥 올라오며 헛걸음한 8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또 차출을 반대하는 구단과 대표팀 동료, 선후배 사이에서 눈치만 봐야 했던 선수들 마음의 상처는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도록 미리 조율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많지는 않지만, 여자농구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들이 느낀 실망감 또한 누가 보상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먼저 일차적인 책임은 차출을 거부한 구단이 져야 한다.
kdb생명의 경우 "왜 상위권 팀인 신한은행, 삼성생명은 2명밖에 대표에 뽑지 않고서 우리 팀은 3명이나 선발했느냐"고 하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다.
신한은행은 김단비, 하은주만 선발됐지만 원래 대표급 기량을 가진 정선민, 최윤아가 부상으로 빠진 것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생명 역시 박정은, 이미선 외에는 선발할만한 선수가 이종애, 킴벌리 로벌슨 정도지만 이종애는 원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할 계획을 세웠던 터라 예비 명단에서 빠졌고 로벌슨은 아직 국적이 미국이다.
또 kdb생명과 비슷한 순위인 국민은행 역시 세 명이 뽑혔지만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줬다. kdb생명은 팀 사정상 불만은 있을 수 있어도 먼저 선수들을 보내놓고 이의를 제기했더라면 대표팀에 주는 피해도 최소화하고 더 건설적인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중재 능력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협회 김상웅 전무와 WKBL 김동욱 전무가 지난달 29일 kdb생명 차정원 단장을 만나 이견을 조율했다지만 누가 봐도 너무 늦었다.
선발 과정에서부터 6개 구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선발이 된 이후에도 구단의 불만 사항 등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20일 정도 남기고 훈련 중단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구단 사정을 다 봐주느냐'는 말이 일리는 있지만, 어느 정도 구단 사정도 살필 필요가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에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명을 내준 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도 여자농구 대표팀 사태를 보며 "국가대표팀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올해 모두 아무 소리 없이 세 명을 대표팀에 보내줬다"면서도 "그래도 세 명이 한꺼번에 빠지면 힘들긴 힘들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대표팀 소집 불응에 대한 징계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WKBL 규정을 보면 56조 1,2항으로 '1. 구단은 소속 선수나 임원이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선발되었을 때에는 해당선수와 임원을 파견하여야 한다. 2. WKBL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항의 대표팀 소집에 불응한 경우 당해 선수, 코칭스태프 및 구단에 대하여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당한 사유의 예를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징계 수위도 제재금 이상 일정 기간 출전 정지로 높여 수치로 정해놓는 것이 이후 비슷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아직 김지윤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에 반대하는 신세계도 태도를 바꿔 대표팀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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