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재래시장은 총 1610곳이지만 미소금융 전통시장 소액대출이 가능한 곳은 10분의 1을 조금 넘는 182곳에 불과하다. 재래시장 소액대출 실적은 총 160억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부진했던 미소금융 실적에 비하면 고무적이지만 햇살론이 최근 석달간 1조1970억원의 대출액을 기록한 데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성적표다.
미소금융 전통시장 소액대출 사업의 실질적 운영과 책임은 모두 재단과 구청이 담당하고 있다. 전통시장 소액대출에서 채무 불이행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대손비용은 재단과 구청, 상인회가 나눠서 분담한다.
중앙정부는 상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연 4.5%의 저리를 제시하며 떠들썩하게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하는 지방정부는 손실을 입을까봐 몸을 사리는 상황인 것이다.
복잡한 사업구조 탓에 당연히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출을 받는 절차도 번거로워질 수밖에 없다.
대출을 원하는 영세상인은 해당 상인연합회를 통해 신청하고, 상인연합회가 이를 각 관할구청(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 구청은 추천 형식으로 미소금융 중앙재단에 대출을 신청하게 되는 것이다.
우선 상인연합회가 구청으로부터 대출자에 대한 추천을 받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서울시 종각 지하상가 상인연합회의 경우 종로구청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결국 한 건도 추천을 받지 못했다.
또 일관된 대출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각 구청은 제각각의 대출심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소금융 중앙재단 관계자는 "대출심사는 전적으로 구청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가 별도의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서 "구청의 심사는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대출 신청인이 일정 수준의 자금력을 갖춘 상태에서 기본적인 서류만 갖추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실을 책임져야 하는 구청은 대출 신청인의 경제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구청에서는 예치금 등 상인연합회의 재무적 기준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받기 힘든 저신용 서민층의 경제적 자활을 돕는다는 미소금융 본연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당초 미소금융은 대출 신청자의 자활 의지와 사업성 등을 고려해 대출을 해준다고 내세워 왔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중앙재단으로 일임해 대출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고 대출 기준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대출자의 신용평가를 재단 측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처럼 구청, 상인회, 중앙재단 간에 발생되는 불협화음은 일종의 '카운터파티 리스크', 즉 거래상대방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상인연합회와 구청 간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이 제공하는 대출자 신용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dreamer@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