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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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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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의원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방향을 돌려놓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40주기가 곧 다가옵니다. 4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오늘 다시 몸에 불을 당긴 두 사람이 있습니다.
10월 13일, 한국도로공사 발주 현장에서 3개월치 800만원을 받지 못한 레미콘 노동자가 몸을 불살라 이틀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0월 30일, 구미KEC 노조 교섭대표인 금속노조 김준일 구미지부장이 몸에 불을 놓았습니다. 사측이 제안한 교섭에 나갔다가 경찰이 체포하려들자 벌어진 일입니다. 노동조합 교섭대표를 함정에 빠뜨려 잡아 가두기만 하면 다른 노동자들이야 제풀에 지쳐 포기하고 말 것이라는 사측과 경찰의 오만함이 40대 아버지로 하여금 몸에 불을 붙이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 묻습니다. 관급공사에서 아직도 체불임금이 있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입니까. 특수고용노동자들 노조설립마저 취소시키려 한 정부가 이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다시 묻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입니까. 헌법을 준수한다며 취임선서한 대통령의 인식 속에 노동3권은 아예 지워져버린 것입니까.
공정사회 표어 밑에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친서민과 공정사회, 개혁과 진보의 표어가 넘쳐나는 정치권에, 서민의 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땀흘려 일하는 정직한 국민들이 지금 절망하고 분노하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공정한 사회는 대기업이 베풀고 정부가 보살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혜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으며 권고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까.
절망에 빠진 우리들이 말하고 모이고 행동할 수 있는 대등한 위치에 서지 않고는, 어떤 시혜나 권고도 허공으로 날아갈 뿐입니다. 노동3권 보장, 경제주체들의 상생을 위한 제도적 규율 없는 그 어떤 것도 희망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절망의 장막 아래에서는 희망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습니다. 창당 10년, 민주노동당은 햇볕 좋은 곳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일터에서 거리에서 기꺼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어둠을 견디어왔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장막을 걷어 던지겠습니다.
‘노동법 전면 재개정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법 전면 재개정 특별위원회’ 설치를 각 정당에 제안합니다.
타임오프제로 노동현장을 뒤흔들며 분쟁을 일으키는 노동조합법을 재개정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각종 법과 제도를 바꿉시다. 전근대적인 공무원, 교원 정당가입 금지 규정도 바꿔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악법과 정부의 권한 남용으로 박탈당하는 것을 바라만 봐서는 안 됩니다.
국회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 국민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시민사회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게 빼앗긴 노동3권을 되찾기 위한 제 2의 민주화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벌이겠습니다.

4대강 공사로 자연과 생명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국민 다수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보 공사를 2011년까지 완료하겠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운명이 다하면, 보 역시 사라질 것입니다
2011년 4대강 예산은 통과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작년처럼 단독으로라도 예산안 통과시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입니다.
그렇게 통과된 예산으로 강바닥을 파헤치고 콘크리트 보를 쌓아 일단 완공시키기만 하면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곧 그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 정권의 운명이 다할 때, 4대강의 보 역시 철거될 것입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국민 무시, 생명 파괴 정책의 추악한 상징물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집착하지 마십시오. 독선과 오만으로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4대강예산은 전액 삭감돼야 합니다
다른 야당에게도 말씀드립니다.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4대강사업을 전면 저지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절충과 흥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강행이냐, 중단이냐의 단 두 가지 선택지만 있을 뿐입니다.
예산 일부 삭감과 사업조정으로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4대강 사업 항목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보를 해체하고 강을 복원할 ‘4대강 특별법’을 제정합시다
민주노동당은 ‘4대강특별법’ 제정을 제안합니다. ‘4대강 특별법’으로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공사중 건설된 인공구조물을 해체하기 위한 절차와 강 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할 법적 근거를 마련합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해임해야 합니다
전통시장 뿐 아니라 골목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SSM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법을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여야가 지난 4월 합의한 두 법안의 동시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김종훈 본부장의 거짓말이었습니다. 거짓말로 국회와 국민을 속인 김종훈 본부장을 즉시 해임하십시오.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정부여당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삶과 나라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통상교섭을 밀실에서 통상관료들이 독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18대 국회 개원 당시 교섭단체간 합의 사항인 통상절차법을 하루 빨리 제정합시다.

한-EU FTA, 처음부터 재협상해야 합니다
한-EU FTA 때문에 자영업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하면 잘못된 협상입니다.
유럽의회는 세이프가드 이행 법안을 처리한 다음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자국민을 보호할 대책 없이 먼저 비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자영업자까지 벼랑 끝으로 내모는 한-EU FTA는 처음부터 재협상해야 합니다.
G20을 앞둔 밀실협상,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투자자-국가 제소 제도, 역진 방지 조항과 같은 독소 조항을 담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협상부터 체결 시점까지 일관되게 폐기를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정치적 치적으로 삼기 위해, 국회와 국민에 알리지도 않은 채 자동차와 쇠고기 등의 추가 양보를 위한 밀실 재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밀실에서 맞바꾸려 한다면, 또다시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 중단하고 쌀차관부터 보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길들이기’였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개성공단 중소기업의 부도 위기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군사적 긴장을 가져왔을 뿐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선거 한 번 이겨보겠다고 천안함 사건을 전쟁 위기로까지 몰고 갔습니다. 
이제라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시작으로 대북 쌀차관 제공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농업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올해 쌀값이 15년 전 수준입니다. 배추값 폭등으로 정부가 준비 없이 수입한 중국산 배추 때문에, 이제 배추 값은 폭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더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농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쌀값 생산비 보장,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농지면적 확대, 수급대책 확보가 필요합니다. 고질적인 유통구조 문제 해결과 제 역할을 못하는 농협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시급합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민주노동당이 해내겠습니다.
복지는 가난함을 입증해야 받는 수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무상급식에 이어, 민간보험에 기대지 않고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해결하겠습니다. 연간 본인부담금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의료급여법을 개정하고 민영의료보험법을 제정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료시스템을 개혁하겠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보조 비율을 올리고, 보험료의 소득 비례 누진율 적용으로 필요한 재원도 확보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건강보험 하나로 1백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국민의 지지와 힘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겠습니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용 지원 예산 675억원을 확보하겠습니다
아이는 책임지고 국가가 키우겠다던 정부여당이 정작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용 지원 예산은 올해 202억원에서 58억원을 삭감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되찾아 오는 것은 물론, 모든 영유아가 접종해야 하는 22회의 예방접종의 90%를 지원하도록 67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겠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최소한의 건강을 책임지겠습니다.
증세가 없는 복지 확대는 거짓입니다. 모든 당이 복지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증세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있게 말하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 철회 및 최고 구간 신설을 통한 증세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입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뿌리 깊은 정당이 되겠습니다. 1000만 노동자와 300만 농민의 굳건한 지지를 확보해 노동자정당, 농민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노동자, 농민의 힘을 바탕으로 진보를 향해 나아 가는 민주노동당의 여정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청년세대와 지식인, 소수자와 함께 가겠습니다
청년과 대학생, 2030세대와 적극 소통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하겠습니다. 대학등록금, 청년 실업, 독신 주거, 결혼, 출산, 육아 문제로까지 민주노동당의 활동 폭을 크게 넓히겠습니다.
지식인과 전문가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당의 면모를 새롭게 하겠습니다. 
장애인, 성적 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모든 소수자 운동과 굳건히 연대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사명입니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함께 맞서겠습니다.

강령과 당헌, 당규를 바꾸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겠습니다
10년 전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한국정치개혁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금권과 지역주의에 기댄 낡은 정치를 극복한 새로운 정치의 등장을 선도했습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려고 합니다. 현재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대안정당, 정책정당으로 발돋움하겠습니다.
국민에게 열린 정당,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정당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열띤 토론을 통해 내년 6월 정책당대회에서 강령과 당헌, 당규의 개정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그것이 이끌어 낼 한국 정치의 전환을 기대해 주십시오.
진보정치대통합, 준비됐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당대회, 중앙위원회 등 당의 모든 공식 의결기구를 통해 진보정치 대통합을 결정하고 이행 계획과 추진 기구를 결정했습니다. 2011년 상반기까지 당내 외 진보세력을 하나로 모아내겠습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묻기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공동행동과 연대의 폭을 넓혀가겠습니다. 진보정치에 기대를 걸었다가 분열에 상처받고 돌아서신 분들께 새로운 희망의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실에서 신뢰를 쌓지 못하면 야권연대는 사상누각이 됩니다
야권연대의 위력은 이미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됐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를 폭 넓게 추진하겠습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약속은 믿음을 줄 수 없습니다. 야권연대를 더욱 단단하게 하려면 당면한 4대강 예산안 처리와 노동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지방공동정부 합의의 성실한 이행은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방공동정부의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2년 수준 높은 연대를 말하는 것은 허공 위에 집을 짓자는 것입니다. 합의에 따른 공동행동으로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야권연대의 기초입니다.

2012년, 원내교섭단체 구성하고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하겠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고 하십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룰 시간도, 실패할 시간도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은 2012년 연대와 단합을 이끌고 국민의 염원을 하나로 모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로 지체 없는 역사의 진보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진보는 말의 성찬이나 기발한 생각이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학식 있는 전문가나 이름난 정치인이 이끌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답답한 현실 속의 울분이 진보의 방향을 정하고, 국민들의 거대한 발걸음이 진보의 성취를 만들어냅니다.
민주노동당은 진심의 공감과 무한한 책임으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진보의 새날을 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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