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고 있는 건강보험ㆍ금융개혁법은 물론 부자감세안의 연장여부 등 주요 정책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 참패로 국정운영 노선의 변경이 불가피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공화당과 타협해 나갈 뜻을 밝혔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3일(현지시간)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주요 현안의 향방에 대해 분석했다.
◆부자 감세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도입한 감세정책의 연장 여부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공화당과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20만 달러 미만의 개인과 부부합산 25만 달러 미만인 가계를 위한 영구적 감세 연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다만 연소득 25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혜택만은 올해를 끝으로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소득과 관계 없이 모든 소득계층에 대한 감세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세제 전문가들은 "모든 소득계층에 대한 1~2년간의 감세연장 절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클린트 스트레치 딜로이트택스LLP 애널리스트는 "이 안이 다른 안보다 공화당에도 정치적 리스크가 적고 민주당 측에는 한시적인 연장이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개혁법
공화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차기 하원의장 자리를 예약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을 폐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들어 이 법안의 완전한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점치며 절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혁법의 일부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데다 미국인들의 호응도 적지 않다는 점도 공화당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건강보험개혁법의 돈줄을 죄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관들이 관여해 있고 일부는 이미 예산 집행에 들어간 탓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봄이나 다음 예산안이 시작되는 10월까지 공화당이 돈줄을 차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개혁법
공화당이 금융개혁법을 무력화시키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전에서 금융개혁법이 미국 내 일자리를 앗아갈 수 있다며 파생상품 규제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설립 등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공화당은 아직 금융개혁법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고 있다. 정계 및 금융업계에서는 공화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원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금융개혁법안 최종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공화당의 스펜서 바쿠스 의원이 이끌게 됐지만, 상원 은행위원회는 민주당의 팀 존슨 의원이 주도하게 됐기 때문이다.
월가의 고위 관계자들 역시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로렌스 휴즈 뱅크오브뉴욕멜론 자산운용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선거 결과가)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며 "법이 뒤바뀌는 것도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nvces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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