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서막] 원화 강세에 수출 경쟁력 '빨간불'…2분기 수출도 타격 불가피

  • 美무역적자국 중 절상률 높은 수준

  •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중심 '먹구름'

  • 가격경쟁력 떨어져 수익성 악화될듯

  • 내수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주시 필요

아주경제 그래픽팀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최근 원화 절상폭이 주요 수출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 충격에 이어 원·달러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우리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다. 이미 환율 민감도가 큰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업체 등은 2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 대비 6월 27일 원화(주간 종가 기준)의 달러화 대비 절상률은 3.41%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만(5.28%)을 제외하면 중국(1.36%), 멕시코(3.86%), 베트남(-0.35%), 일본(0.53%) 등 주요 교역국들의 절상폭은 대체로 원화보다 낮거나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한 국가들은 모두 지난 6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베트남·일본과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제조업 품목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다. 중국·베트남·일본이 달러 대비 자국 통화 약세를 보인 데 반해 원화만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무역 협상 지연으로 그간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오던 수출마저 둔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가파른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기존보다 낮게 책정할 경우 환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율과 비례해서 금융시장에서의 환율 절상 압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2.1% 뒷걸음질 친 데 이어 2분기와 하반기 수출 실적도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관세정책 등을 이유로 올해 재화수출 성장률이 -0.1%로 뒷걸음질 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연간 820억 달러 흑자를 달성할 걸로 봤다. 관세정책 여파에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및 경상수지의 하방 압력이 한층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관세율이 높게 나오면 수출이 줄어들 것이고, 낮게 나오면 원화 강세로 역시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경상수지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등 환율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2분기 실적 부진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분기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가 지속돼 영업이익 하락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분기 반도체 이익을 지탱했던 원·달러 환율 효과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와 보편 관세 영향으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출 둔화가 내수 위축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는 더 크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는 통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부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 회복을 유도하는 순환 구조를 갖는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2012년 말부터 대규모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이후 엔화 가치 급락으로 자동차 등 제조업 수출이 급증했고, 고용 확대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뿐 아니라 내수까지 위축될 수 있어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환율은 정상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서 더 강세로 갈 가능성도 있어 향후 환율 변동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원화 가치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수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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