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탓일까, 아니면 과도한 자신감이었을까. 개장만 하면 상권 활성화가 물흐르 듯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가든파이브는 지금 경매·소송 대란 조짐이 일면서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대체 상가로 조성된 가든파이브. 총 8000여개 점포의 국내 최대 유통단지로 '대단위 상권' 조성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계천 상인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지난 2008년 12월 완공된 이후 개장이 4차례나 연기되는 등 고전해왔다.
NC백화점과 이마트 등 대기업 유치로 현재 계약률은 72%, 입점률은 50%를 넘기며 표면적으로는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다점포 계약은 상인들을 옥죄고 있다. 상권 침체로 매출은 극히 부진하지만 대출금 이자와 관리비는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를 버티지 못한 점포가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어렵사리 채권 채무 관계가 해결되면서 실제 경매에 부쳐지진 않았으나 상인들의 동요는 심각하다.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계약해지를 비롯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겠다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폐점절차를 밟는 상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는 등 소비자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SH공사는 항변할 지 모르지만 정작 상인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상인이 없는 시장에 손님이 북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이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분양만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팔을 걷고 진정한 국내 최대 유통단지를 향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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