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의 후폭풍이 세계 경제에 일파만파로 퍼져가고 있다.
지난 경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 갈등의 초점이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급속히 옮겨가는 모양새다.
◇中, 美에 책임있는 태도 촉구..일본은 `맞불작전'
주요 신흥국들은 일제히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과 환율전쟁의 전면에서 충돌했던 중국은 미국에 양적완화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중국은 5일 서울 G20 정상회의의 중국 측 셰르파(교섭대표)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 연준이 6천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에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G20 무대에서 처음으로 `환율 전쟁'(Currency War)라는 표현을 사용한 브라질도 발끈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4일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겠다"고 경고했고,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모두가 미국의 회생을 바라지만, 헬리콥터에서 돈을 살포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양적완화의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사실상의 제로금리 수준인 0~0.1%로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한편, 지난달 창설한 금융자산매입기금 5조엔을 동원해 다음주부터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오히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 같은 금융완화책도 모자라다며 더욱 과감한 양적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재정담당상은 이날 "일본은행의 국채 및 사채 등의 매입규모가 미국에 비해 너무 적다"며, 금융자산매입기금의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주요국 통화가치 급등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급등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재개에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은 특별한 조치를 내놓지 않음으로써 달러화 약세를 자극했다.
원.달러 환율은 4일 전날보다 2.7원 내린 1,107.50원에 거래를 마쳐 6개월만에 1,100원대로 내려선데 이어 5일에는 1,107원 선에 거래를 마쳤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41달러대 초반에서 1.42달러대 초반으로 급등했으며, 5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상승 폭을 줄여 1.41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일본 엔화 가치도 달러당 81엔대에서 80엔대로 상승했다.
◇서울 G20서 공방 재점화될까
이에 따라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전쟁이 '강 대 강' 구도로 치닫던 시기에 열린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와 비슷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주 재무장관회의가 환율전쟁의 '휴전'의 효과가 있었다면 서울 정상회의는 '종전'은 아니더라도 그에 다가서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직면해 있다.
실제 서울 정상선언의 환율 관련 핵심은 경주 합의의 골격인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과 '경쟁적 통화절차 자제' 선언을 재확인하고 경상수지 관리제 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논의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첨예하게 대립된 나라도 경주 합의 정신에서 자유롭게 한 걸음 더 나아가 토론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조치 발표로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예컨대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유지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못박는 가이드라인 합의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사전에 공지된 수준을 넘지 않으면서 상황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주요국들이 줄줄이 미국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양적 완화는 사전에 방침이 공개되긴 했어도 경주 합의에 반하는 소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당시 경주 코뮈니케는 "기축통화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하고 이런 행동은 신흥국이 직면한 자본이동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결과적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미국의 입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는 이미 예견됐던 만큼 환율 공방이 반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주요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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