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오피스 빌딩 시장이 계속 늘어나는 '빈 사무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신규 공급은 증가하면서 공실률 상승과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주요 오피스 빌딩 밀집지역에서는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임대료를 깎아주고 서비스 면적을 제공하는 등의 각종 임대마케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 전국 공실률 9.3%... 빈 사무실 증가
국토해양부가 서울 및 전국 6개 광역시, 경기 일부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1000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9.3%로 지난 2008년의 5.3%에 비해 4%포인트 증가했다.
서울지역 공실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저스트알에 따르면 서울지역 공실률은 지난 2008년 3분기 1.18%에서 지난해 3분기 3.23%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도 지난 1분기 4.26%를 기록한이후 2분기 5.17%, 3분기 5.44%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공실률의 증가는 그대로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43%에 달했던 전국 오피스 빌딩 투자수익률은 3분기 1.16%로 폭락했다. 서울 지역 투자수익률도 같은 기간 3.01%에서 1.39%로 60% 가까이 떨어졌다.
이처럼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데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지역의 사무직 종사자 비율은 전체 종사자의 46.0%로 전기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사무직 비율은 향후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국 8대 도시의 신설 법인수도 올해 3분기 7890개에 그쳐 2분기의 8677개에 비해 10% 하락했다. 오피스 빌딩의 수요가 계속 감소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서울을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지구로 이전하면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한 강남권역의 공실률은 지난 9월 말 기준 6.73%로 서울 평균 5.44%를 웃돌았다.
반면 오피스 빌딩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에서 준공되거나 준공을 앞둔 빌딩은 총 12개로 이들 빌딩의 연면적을 모두 합치면 약 53만m2에 이른다. 이는 근로자 500인 기업체 40~50개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으로 추산된다.
한국부동산연구원 이영호 책임연구원은 “오는 201년부터 서울 도심의 정부청사와 주요 공기업이 지방으로 본격적인 이사를 시작한다”며 “반면 오피스 빌딩 공급은 늘어나는 추세로 경기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수요가 많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종로·을지로 일대의 도심권역(CBD)에서 필요한 사무실 면적은 올해 1038만㎡, 내년 1043만㎡, 2012년 1046만㎡로 추정된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되는 면적은 각각 1008만㎡, 1058만㎡, 1071만㎡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전망이다.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도 "서울지역 오피스 수요는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는 오는 2012년 말부터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향후 서울지역 공실률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주요 지역에서 빈 사무실이 계속 늘어나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임대마케팅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차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 서비스다.
렌트 프리란 2~3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건물주들이 통상적으로 1년에 1달 정도의 임대료를 받지 않는 방식이다. 즉 3년 장기계약자의 경우 3개월 정도의 임대료를 할인 받는 셈이다.
최근에는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렌트프리 기간이 1년에 3~4월 정도로 늘어난 경우도 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시 중구에 공급된 F타워나 서울 여의도에서 준공예정인 S빌딩 등이 대표적으로 임차인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 부동산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의 공식적인 임대료는 공실률 증가에 비해서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일부 신축 빌딩에서는 렌트 프리, 인테리어 비용 지원, 관리비 면제 등으로 실질적인 임대료 할인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주들이 공식적으로 임대료 할인을 꺼려하고 있지만 임차인 모집을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빈 사무실을 채우기 위해 서비스 면적을 제공하고 입주 기업 임원들에게는 호텔식 주차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세입자를 모시기 위한 건물주의 노력이 눈물 겨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렌트 프리 등의 혜택은 일반적인 것이 됐다"며 "건물주들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렌트 프리나 서비스 면적 제공 등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를 포함하면 서울지역 오피스 임대료 하락률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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