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 기고] 성(性)폭력, 지울 수 없는 흉터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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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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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보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기사 중 하나가 바로 성폭력에 관한 기사이다. 유치원생이나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아동 성추행 사건뿐 아니라 젊은 여성층을 노리는 성범죄에 대한 기사는 하루도 끊이지 않는 듯 하다. 그만큼 산부인과에서도 성폭력으로 인해 진료를 받고자 찾은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것으로 처방을 내리게 된다.

몇개월전 동호회 모임에서 MT를 갔다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A양의 경우, 평소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한 선배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술자리를 하다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얘기에 아무 의심없이 따라 나섰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되었고, 그 때 이후 생리가 없어져 임신이 아닐까 걱정이 되서 진료를 받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임신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때 충격으로 인해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는 일들이 두려워져 회사도 그만두고 집안에서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6명은 혼전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성(性)에 대해 개방적으로 인식이 변화되었다는 것인데, 아직도 성폭력으로 눈물 짓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개방된 인식에 비해 성숙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성폭력에 의해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환자들에게는 몸의 치료가 아닌 깨지고 부서진 그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치료는 의사의 손길도, 약사의 처방도 아닌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피해자 본인만이 가능하다. 주변 사람들의 따뜻하고 포근한 손길과 격려, 그리고 힘든 기억을 털어내고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본인의 의지만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료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수원 강남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성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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