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엔고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처방을 내놨다. 최근의 엔화 초강세 기조를 해외 자산 매입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일본 정부가 엔고 기조를 역이용해 자국 기업에 해외 기업이나 자산을 인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WSJ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고 저지에 힘을 썼던 일본 정부가 해외투자 쪽으로 정책 방향을 돌린 것은 그간의 노력이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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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간 엔·달러 환율 추이(엔/출처:CNBC) |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전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엔고에도 이점은 있다"며 "기업들은 최근의 엔고 기조를 활용해 해외 기업이나 자산을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지난 주말 한 인터뷰에서 "해외 자산 인수를 통해 엔고 기조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화 가치가 뛰는 만큼 해외 자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고 저지'에서 '엔고 활용'으로 눈을 돌린 것은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9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년래 최고치로 치솟자 6년여만에 처음으로 시장에 개입, 2조1250억 엔을 풀며 달러화를 매입했다.
하지만 82 엔 대에서 86 엔 선으로 급반등했던 엔ㆍ달러 환율은 최근 81 엔 대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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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규모(출처:WSJ) |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종합상사 마루베니 등이 추진하고 있는 '빅딜'도 성사가 임박해 연말까지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WSJ는 내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는 일본의 소매ㆍ식음료기업들도 해외에서 매력적인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묘책도 강구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마련한 5조1000억엔의 자금 가운데 일부를 해외투자 지원에 활용하거나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지원 대상에 민간기업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재무성의 한 관리는 "일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해외 기업 인수나 해외 지사 설립 등에 대해 JBIC가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BIC는 현재 수자원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소, 고속철도 등과 관련한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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