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농업 전문가 이명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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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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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농업은 아름다우면서도 활기차”

   
 
 
인천대 이명헌 경제학가 교수(사진)가 11일 "농업 분야에서 독일의 강점은 농촌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독일 농업에 정통한 사람으로 꼽힌다.

독일 퀘팅엔 대학에서 6년 동안 독일 농업을 연구한 이 교수는 "상대적으로 농지 규모가 적은 농민들은 농사만으로 가계비를 충당할 순 없지만 농외소득 등으로 도시민에 뒤지지 않는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독일이 농업선진국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독일 농업은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수출을 많이 할 정도로 경쟁력이 강한 나라가 아니다. 다만 선진국 중에서는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자급자족을 이루고 있고 자국 농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강한 나라다.
독일 농업의 강점은 농업 자체보다 농촌 마을에 있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잘 정리돼 있으며 농촌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다. 사회ㆍ경제적으로도 활기차다.
이는 전국에 농민들도 취업이 가능한 각종 사업장과 공공기관, 대학 등이 골고루 분포돼 있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농촌 지원 정책을 강하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기업농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독일은 최근 영세 가족농 지원 정책도 병행하고 있는데 특별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농업의 역할이나 농촌의 기능에 대한 인식, 사회적 합의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기업농 육성은 농산물을 더 많이, 더 싸게 생산하는 효율성 중심의 사고다. 반면 농산물 부족 문제를 이미 해결한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는 농촌지역을 잘 유지해 유휴 공간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농촌 고유의 자연경관, 문화적인 경관을 보존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이런 역할은 기업농보다는 가족농이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합의가 존재해서다.

-광우병 사태 이후 독일은 농업부에서 식품생산은 물론 식품 안전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식품안전 담당 부처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했나?
▲독일 역시 정부 부처 간 기능 조정은 쉽지 않다. 독일의 관련 분야 사람들의 표현을 따르자면 '총리의 쿠데타'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 부처 간의 업무 조정ㆍ협조 사안이 발생할 경우 매우 긴 협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더 높은 수준의 식품안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국민들 사이 워낙 강력했고 이에 정부가 신속히 대응했으므로 당시 사회민주당 총리였던 슈뢰더가 복잡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거에 조정한 측면은 있다고 본다.

-독일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 확대 정책과 자연환경 보전정책을 쓰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바이오매스 확대 정책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따른 국제적 의무 준수 및 적극적인 탈(脫)탄소 경제로의 이행, 이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고용증대 기회 활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바이오매스는 농촌지역에 많이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이를 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하면 농촌경제에 새로운 소득원 역할을 할 수 있는데다 관련 산업 발전과 고용 기회 확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원자력 발전에 비해서는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확대 정책이 타당하다고 보는가?

▲신재생에너지는 비용적 측면에선 아직 덜 경제적이다. 최근 독일 우파 연정은 2000년 좌파연정기에 세워졌던 2021년 원자에너지 완전 퇴출 계획을 수정해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평균 12년 정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원자력 에너지 감축의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져 있고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편이다. 또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이 가져다주는 고용창출 효과를 감안하면 신재생에너지의 기반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5㏊이고 독일은 35㏊에 달하고 있다. 동독지역은 이보다 훨씬 넓은 58.6㏊이다.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 그래도 독일 농업에서 배울 점이 있나.

▲서독 내 중부와 남부지역에는 평균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소농들이 많이 존재한다. 작다 고해도 우리 경지면적의 10배 정도에 달하지만...그래서 농사만으론 가계비가 충족되지 않는 농가들이 많지만 이 농가들도 사회의 평균적인 경제 수준에는 뒤처지지 않는 삶을 산다.
농촌지역에 산업단지나 공장이 있어 겸업이 가능하거나 유기농 등 노동집약적 고수익 영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하면 친환경 유기농법이 떠오른다. 유기농이 발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현재 상태는 어떠한가?
▲유기농법(독일식 표현은 생태학적 농업)의 사상적 연원은 이미 1920년대에 존재했고 1950년대에 기초적인 자연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1960, 70년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규모화ㆍ집약화를 추구하는 농업에 대한 전반적 반성이 일면서 친환경 농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됐다.
1971년 생태학적 농업생산자들의 협회인 '비오란트' 결성을 기점으로 유기농은 민간의 자발적 운동으로 확산됐고 1990년대에 EU와 연방 차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더욱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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