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을 심의할 예산국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하는 가운데 향후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뇌관'들이 즐비해 정치권이 초긴장하고 있다.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폐막됐으나, 회의가 끝나자마자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이 속속 고개를 들면서 `지뢰밭 정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부터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치구도 속에 ▲검찰의 정치권 수사 ▲대포폰 재수사 및 국정조사 ▲감세논쟁 ▲개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아랍에미리트(UAE) 전투병 파병 등이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연말 정국의 최대 전선은 4대강 예산으로 여야간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당장 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를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야권과 검찰간 대격돌이 예상된다.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 11명 중 2∼3명 기소로 봉합되느냐, 아니면 소액 후원금에 대한 전면 수사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정국의 물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는 주목 대상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의 정치권 사정이 게이트로 발전할 수도,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는 예측불허의 상황"이라며 "청목회 수사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목회 수사를 비롯한 검찰의 잇단 수사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 핵심부의 향후 정국 운영과 연계시키는 시각도 있다.
내년이면 집권 4년차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사정과 함께 개각을 통해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레임덕(권력누수)을 차단하자는 포석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검찰 수사의 칼날에 맞서 `청와대 지급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사찰을 내세워 대여 파상공세를 펼칠 태세다.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일단 불응하면서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대포폰 공세를 강화하고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여당 내에서도 홍준표.나경원.정두언.서병수 최고위원과 원희룡 사무총장 등이 재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데다 의원들 중에서도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아 자칫 여권 내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여권 내부에서 또 다른 내홍의 진앙지가 될 복병은 `감세 논쟁'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안상수 대표가 감세 철회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소속 의원 45명이 최근 감세 문제를 논의할 정책의총을 열자고 요구하면서 격론이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기획재정위 법안심사에서 감세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에 따라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져왔던 개헌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국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언급한 대로 한나라당은 G20 정상회의 이후 의총을 열어 개헌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개헌 문제를 올 연말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길 경우 논의 자체가 어려워지고 실질적으로 개헌 가능성도 그만큼 상쇄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한 입장이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 측이 개헌 논의를 제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 데다 민주당도 개헌 논의에 응할 경우 연말 정국이 `개헌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이어서 개헌 동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한미 FTA와 아랍에미리트 전투병 파병을 둘러싸고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FTA 및 파병 비준을 놓고 여야간 극한 대립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정국의 지형이 시계 제로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벌써부터 309조6천억원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 처리는 올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 수정안을 예결특위에서 단독 처리하거나, 박희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하는 얘기도 적잖게 들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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