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대표이사 사장, 이재용 부사장(왼쪽부터)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첫 삽을 뜨고 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은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 부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본지 4면 통계 참조)
그리고 이러한 반도체 사업이 오늘날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끊임없는 도전이 잇따라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1974년 도산 위기에 있던 한국반도체를 자비를 들여 인수했다. 삼성 주요 경영진들이 무모한 도전이라며 투자에 반대했지만 향후 가능성을 본 것. 이로써 삼성은 반도체 사업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한동안 삼성의 반도체 산업은 고전했지만 13년 뒤 두 번째 도전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회장은 1987년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수천억원을 들여 1M D램을 생산하는 3라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듬해 삼성 반도체는 1M D램 대량 양산에 성공하며 그간의 적자를 한번에 만회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스텍’과 ‘트렌치’로 양분된 D램 기술 가운데 스텍 방식을 선택했다. 트렌치 방식을 선택했던 최강자 도시바가 이후 경쟁에서 도태된 것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결단은 삼성 반도체의 ‘롱런’에 가능케 한 중요한 순간이었다.
1993년에도 기존 6인치 웨이퍼가 주류를 이루던 반도체 시장에서 8인치 생산을 결단했다. 생산량을 늘려 일본 등 선진 업체를 넘어서겠다는 각오였다. 그해 5라인, 다음해 6·7라인 건설 등 공격적인 투자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경쟁사들은 삼성전자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고 반도체 산업을 접을 것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같은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그해 메모리 분야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이후 17년 동안 삼성전자는 단 한차례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메모리 업계의 치킨게임이 중복되면서 주요 경쟁사들이 도산 위기에 빠졌을 때도 삼성은 가장 적은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였다.
그리고 올해 이 회장의 다섯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4월 5일 삼성전자는 16라인 D램 신규라인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열흘 만이다. 5월 초에는 올해 18조2000억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D램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 회장은 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오히려 반도체와 LCD 위주로 투자를 늘리며 올해에 당초 계획보다 2조원 증가한 2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지난 5일에는 세계 3위 D램 기업인 일본 엘피다가 감산을 발표하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방어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이 회장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최지성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내년 삼성전자의 총 투자 금액이 각 사업부의 요청을 집계한 결과 30조원을 넘어섰다”며 “올해 26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내년에도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관련 산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D램 가격 하락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적인 투자도 그대로 진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당초 계획보다 반도체 관련 투자가 늘었다”며 “단기적 가격변동과 수익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D램 가격 하락은 원가경쟁력이 있는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산업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영구적으로 독주할 수 있는 기회”라며 “17라인이 완공되고 앞선 양산기술과 프리미엄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의 물량이 쏟아지면 경쟁사 상당수는 경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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