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는 이처럼 고비용을 지불함에도 중개업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어서 근심이 더욱 크다. 지점수가 적은 탓에 중개업자에게 의존하지 않을 경우 영업력 확대가 어려운 까닭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뤄진 대부업계의 신규 대출(약 1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868개 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졌다. 법인 중개업체(74개)만을 따질 경우 이들은 총 3435억원을 중개해 216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중 상위 10개 업체의 대부중개 금액은 2643억원으로 전체 실적 중 7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는 이른바 ‘능력 있는’ 중개업자를 모시기 위해 높은 수수료 지불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중개업자에 대한 의존도도 급증하는 추세로 산와머니는 중개인 활용 비율이 80~90%에 이르고, 직접 대출만 고집하던 러시앤캐시마저 최근 중개업자의 활용률을 50%까지 늘렸다.
한 대부업체의 사장은 “비싼 수수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중개업체들이 어느 회사를 소개해주느냐에 따라 대부업체의 명암이 갈리기도 해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사장은 “누가 먼저 우수 중개업체와 손을 잡는 지가 곧 영업력을 확보하는 길이란 생각이 업체 사이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 경쟁 양상에서 비롯된 중개수수료 부담이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중개수수료만 줄여도 현재 대부업의 40%대 고금리를 30%대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법안 발의까지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업체에 따라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콜센터와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대출 신청을 하면 4~6%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지는 셈.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보다 뒤쳐질 것을 우려하는 대부업체들은 어느 곳 하나 먼저 나서 중개수수료를 낮출 생각을 못하고 있다. 불필요한 경쟁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고금리’란 꼬리표를 스스로 뗄 수 있는 기회이지만 제 살만 깎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때마침 대부협회는 중개업체와 간담회 자리를 최근 갖고 이 같은 업계의 고민을 공유했다고 한다. 중개업체 역시 정치권 주장대로 중개수수료를 내릴 경우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어 대부협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대부업계는 더 이상 말로만 ‘소비자 금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중개수수료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을 때다.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 업계가 먼저 나서 중개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일을 막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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