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아일랜드와 유럽연합(EU)이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지난 5월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에서 두번째로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로 아일랜드가 일단 위기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정부 사퇴 요구에 따른 정국 불안과 고강도 긴축이 몰고 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800억~900억 유로 지원 유력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EU의 구제금융 합의안은 조속히 처리돼 수주 안에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와 유럽경제ㆍ재무이사회(ECOFIN)도 같은날 공동명의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아일랜드 정부의 구제금융 요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에는 EU 공동체 예산에서 재정위기 회원국에 신속히 지원되는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과 특수목적법인이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조성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함께 활용된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이달 안에 아일랜드에 대한 3년 짜리 구제금융 패키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규모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800억~900억 유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유로존인 영국과 스웨덴은 별도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BBC는 영국 정부가 아일랜드에 70억 파운드(약 82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강도 긴축·정국불안 등은 부담
구제금융을 통해 숨통을 튼 아일랜드는 이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아일랜드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4.3%로 그리스(13.5%)나 스페인(11.2%), 포르투갈(9.4%)보다 높은 수준이다. EU의 재정적자 목표치가 GDP의 3%인 만큼 긴축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아일랜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오는 2014년까지 150억 유로의 재정적자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업률이 12%를 넘는 상황에서 임금과 복지혜택을 줄이는 긴축정책은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부실을 주택시장으로 확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무더기 예금인출 사태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부실사태가 맞물리면 은행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양대 야당 가운데 하나인 통일아일랜드당의 제임스 라일리 부대표는 이날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코웬 총리 내각은 이미 신뢰를 상실했다"며 "현 내각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일인 7일 이전에 총사퇴하고 내년 총선까지 과도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FT는 지난 19일 "코웬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아일랜드 정부가 실각위기를 맞으면서 정치적인 불확실성마저 대두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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