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각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영국, 호주, 캐나다, 덴마크,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에 현지 주재 대사 등 외교관을 급파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서 내용을 사전 브리핑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필드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루이스 서스먼 주영 미국대사로부터 '예상 폭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확인한 뒤 "그렇지만 실제 공개되기 전까지는 내용을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는 자국 언론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보도할 경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이른바 '보도금지 통고(D-notice)' 조치를 취한 뒤 민감한 내용을 보도하기 전에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게 확인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미국 국무부로부터 위키리크스의 공개 문건에 이탈리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캐나다와 노르웨이, 스웨덴, 터키 정부 등도 미국 정부 당국자로부터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고 확인했으며, 이스라엘 외교부도 사전통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특히 이번 문건에 '터키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라크 내 쿠르드 반군을 활용해 터키에 맞서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며 터키 정부에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의 한 외교관은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해온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발빠른 대응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건이 거의 3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민감한 외교적 사안이 포함돼 우방과의 외교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임스 제프리 주(駐)이라크 미국 대사는 "위키리크스는 신뢰있는 대화가 필수적인 외교업무에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면서 "이들의 동기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비난하고 이라크 당국자들도 폭로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강조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지난 26일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는 국익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전세계 각국 정부에 이번 문건과 관련해 경고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CNN은 한 정보소식통을 인용, 미 국무부가 위키리크스의 이번 외교문서 폭로에 앞서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작성된 모든 외교문서를 점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콜린스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의 폭로 문건에는 미 국무부와 전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관 사이에 오고가는 이른바 '외교전문(電文)'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에는 각국 대사들의 일정은 물론 파견국에 대한 분석과 평가 등도 포함돼 있을 수 있어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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