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올 한해 경영난으로 신음했던 중소기업들이 내년에도 생존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여전히 돈줄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대출 연체율은 일년 새 2배로 급등했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세가 올해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부실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12조653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1억원 감소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1조3200억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일년 내내 중소기업 대출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중소기업 지원이 본연의 임무인 기업은행만 올 들어 5조원 이상 대출을 늘리며 유동성 공급에 힘을 보탰을 뿐이다.
미국·유럽의 경기침체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렸던 중소기업들은 자금지원까지 끊기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월 말 현재 1.99%로 지난해 말(1.09%)보다 2배 가량 급등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부실채권 관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올 들어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열악한 경영환경이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우선 경기회복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6% 정도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5%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 사수를 외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이미 내년 경제성장률을 4.5%로 하향 조정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3.8%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됐던 금융지원제도 대부분이 올해 말로 종료돼 자금난도 가중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중소기업에 제공했던 패스트트랙(긴급 자금지원)을 올해 말 종료키로 결정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연장 여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이지만, 언제까지 지원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내년까지 연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벌써부터 긴축에 돌입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지난 2일 '2011년 설비투자 계획'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내년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 축소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16%가 '자금조달난'을 꼽아 '수익성 저하'(13%)나 '기존 설비 과잉'(11%) 등의 요인을 압도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경기회복을 자신하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상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유동성 양극화 현상도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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