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도 추가 협상?

정부, 연비기준 관련 추가 협상 가능성 시사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한·EU FTA에 대해서도 추가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서명까지 마친 FTA에 대해 추가 협상까지 벌여가며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도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한·EU FTA와 관련해 자국의 이익을 더욱 관철시키기 위해 우리나라에 추가협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EU 측에서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많은 부분은 자동차 연비이다.
　
이번 한·미 FTA 추가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자동차 평균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및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을 2009년 기준으로 한국 내 판매량이 4500대 이하인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선 19%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5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이것은 한·미 FTA와는 무관한 사안으로 양국은 이에 대해 별도의 합의의사록을 작성해 관련 내용을 규정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기존의 한·미 FTA와는 무관한 사안에 대해 별도의 합의의사록까지 만들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이런 이유로 EU 측에서 “왜 미국 자동차 제작사에만 그런 특혜를 주느냐?”며 추가 협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정부도 그런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 날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연비·CO₂기준은 한·미 FTA와는 관계가 없어 미국 측과의 합의도 별도로 정리하기로 했다”며 “유럽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유럽과도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EU FTA는 지난 10월 6일 정식서명됐고 10월 25일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됐다.
　
또한 이번 한·미 FTA 추가 협상에선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요건이 연간 한국 내 판매량이 6500대 이하인 미국 자동차 제작사에서 2만5000대 이하로 완화됐다.
　
우리나라는 미국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추가 협상까지 벌여가며 안전기준을 완화해 준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EU 측에서 특혜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FTA 추가 협상으로 인해 한·미 FTA와 한·EU FTA 모두 비준동의 전망이 어두워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들이 한·미 FTA 추가 협상 결과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준동의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다 만약 EU 측에서 실제로 추가 협상 등을 요구해 올 경우 한·EU FTA 비준동의 절차 진행도 상당히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EU는 오는 2011년 7월 1일 한·EU FTA를 발효시키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