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예정된 폴란드 방문을 하루 앞두고 폴란드 언론매체들과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 “카틴 숲 학살, 스탈린에 책임 있다” =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폴란드의 관계를 가로막는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가 카틴 숲 학살 사건이라고 전제하고 “카틴 숲 범죄에 대한 책임은 스탈린과 그의 충복들에게 있으며 나는 관련 비밀 문서를 갖고 있다”며 “이 문서들에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누군가가 조작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카틴 숲 사건에 대한 소련 지도부의 책임을 인정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이 사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시각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며 이제 폴란드 국민도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카틴 숲 비극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러시아 국민들도 이 사건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며 “이제는 양국이 역사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폴란드인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 하원은 지난달 26일 카틴 숲 학살 사건이 스탈린과 소련 지도부의 직접적 지시에 따라 자행됐음을 시인하는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카틴 숲 학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4월 폴란드인 2만여 명이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카틴 숲에서 옛 소련 비밀경찰에 의해 총살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스탈린이 폴란드 독립의 씨를 자르기 위해 이 나라 지식인들을 처형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카틴 숲 사건은 역사적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온 러시아와 폴란드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돼 왔다.
올해 4월에는 카틴 숲 학살 추모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인사 등 96명이 탄 특별기가 학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처음으로 카틴 숲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공산당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독일 나치군이 카틴 숲 학살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논쟁이 일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올해 3월 말 카틴 숲과 관련한 문서들을 국가문서보관소 사이트에 올리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이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었다.
◇ “2012년 대선 출마 배제 않아” =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음을 다시 한번 밝혔다.
메드베데프는 ‘201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과 정책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다른 동료들이 입후보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출마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모든 정치인에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국내 정치 상황이 정상화되고 안정된 상태에서 스스로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되면 출마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부연 설명하며 “그러나 정치적 관례는 말할 것도 없고 흔히 말하는 (예정된 일을 미리 밝히면 불행이 닥친다는) 미신 때문에라도 출마 계획에 대해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이런 발표는 필요할 때가 됐을 때 하는 것”이라며 “아직 선거 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 내가 입후보하겠다는 발언을 하리라고 기대할 만큼 (당신들이) 낙관주의자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2년 뒤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스승인 실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가운데 누가 출마할지는 러시아 국내외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두 지도자는 지금까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서로 합의해 누가 출마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푸틴 총리는 앞서 2일 미국 CNN 방송의 인기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조율해 누가 출마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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