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는 7일 밤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까지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주요 세법 개정안을 상정, 의결했으나 조특법 개정안 가운데 이슬람채권 관련 사항에 대해서만큼은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이 보류됐다.
“소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쉽게 처리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의원들 사이에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게 김성조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자 이날 회의에 출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갑자기 “왜?”라고 소리 지르며 “왜 소위에서 합의한 걸 (회의에 올리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윤 장관은 “이 법안은 이슬람채권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게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자원조달 차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다”고 강조하면서 “이슬람채권을 달러 표시 채권과 차별할 아무 이유 없다. 자칫하면 오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장관은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는 등 앞으로 중동아시아 지역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한 시점에 (이슬람채권에 대한) 차별은 스스로 위해를 자초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며 “달러 표시 채권과 이슬람채권의 차별은 조세형평 측면에도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대에 그런 나라냐”고 거듭 법안 상정이 보류된데 대해 불만을 나타났다.
이어 윤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9~10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순방하는 점을 들어 “이들 두 나라도 대표적인 이슬람국가다”면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앞서 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의결된 조특법 개정안엔 국내 기업이 해외법인을 통해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경우 법인세, 취등록세,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슬람채권은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이자 대신 실물거래 성격을 갖춰 배당금 형태로 수익을 지급하는 특수금융상품이다.
이와 관련,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도 “별로 합당하지 않은 근거로 기독교계에서 이 법안을 극렬히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며 “종교적인 이유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의원은 “(법안 처리를) 한 번 더 심사숙고하자는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여야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이달 중 찬반 토론을 가져야 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키 위해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또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앞 농성에 참가하면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서병수 의원 또한 “위원장이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소위의 의견을 존중하자고 하자고 하지 않았나.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 없는 만큼 여야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그대로 의결하자고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김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슬람채권 관련) 조특법은 꼭 오늘 처리하지 않아도 내년도 정부 예산이나 국가정책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늘 처리하지 말자는 게 다수 의원들의 의견이었다”고 거듭 밝힌 뒤“조속한 시일 내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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