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상해문예출판공사, 신초샤(新潮社) 등 한국, 중국, 일본의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기획한 문학 교류 프로젝트의 하나인 '2010 한.중.일 심포지엄'이 10일 서울 홍익대 인근 상상마당에서 열렸다.
'움직이는 경계, 생성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의 김연수, 중국의 쑤퉁, 일본의 시바사키 도모카 등 각국 작가와 평론가들이 문학 교류를 통해 발견한 3국 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국제적 글쓰기에 대해 발제했다.
이들은 '자음과모음' '소설계' '신초' 등 각국 문예지에 도시, 성(性), 여행, 상실 등을 주제로 각각 창작한 소설을 동시에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평론가 손정수 씨는 "동시대적 현실을 함께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세 나라의 이야기에 소통되지 않는 어두운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쉽게 호환되는 영역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교류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로써 그 어두운 부분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평론가 허샤오쥔 씨는 차별성보다는 공통성을 강조하면서 "문화공동체로서 세 나라의 작가들은 이미 자원 공유의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이 점차 우리의 몸이 지닌 독특한 냄새를 깨끗이 씻어가 버린다"며 "수많은 공통의 사회문제가 세 나라 앞에 놓여 있고 공통된 정신적 곤혹이 세 나라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씨는 그럼에도 "세 나라의 발전 추세가 동아시아 문화공동체의 가능성을 설명해주고 있다"며 "세 나라 문학의 교류와 대화를 강화해 작가들의 자원공유를 위한 이상적인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연수 씨는 부모님이 운영한 동네 제과점에서 카스텔라 부스러기를 먹던 경험에 대해 쓴 자전적인 소설 '뉴욕제과점'에 일본 중년 여성들이 보였던 반응을 소개하며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최소한 동아시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추억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모두 각자에게 다른 식으로 남아 있을 것이지만 그 기억의 본질은 같다"며 "그래서 이토록 사소하고 개인적이고 특수한 것이 그토록 광범위하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설가 쑤퉁 씨는 "세계를 뛰어넘는 글쓰기는 어쩌면 몹시 힘들고 거대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주 쉽고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며 "나는 자신의 삶에 충실한 작가라면 글을 쓰는 순간부터 이미 세계 여행을 시작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글을 쓰든, 무엇을 쓰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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