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체포시 과도한 수갑사용은 인권침해”

“장애인에 수화통역사 미제공 등 차별행위도”<br/>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체포과정에서 과도하게 수갑을 사용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수화통역사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찰관에 대해 경고조치하고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및 장애인차별 예방교육 등을 실시할 것을 해당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단체 대표 안모(67)씨는 지난 3월 피해자 김모(50)씨를 대신해 “경찰관들이 청각장애인인 김씨를 부당하게 체포·연행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수갑을 과도하게 사용했으며, 수화통역사 지원 등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관들은 “김씨가 공무수행을 방해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해 적법절차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연행하게 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바 없고, 단지 제압 등을 위해 수갑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청각장애인이란 사실도 지구대로 연행한 이후에 알게 됐다”며 “이후 수갑을 풀어 지인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결과, 김씨에 수갑을 채울 때부터 조임 상태를 과하게 한 점이 사진으로 확인됐고, 지구대 연행 이후까지 어떤 완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피해자가 수갑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는 참고인들의 공통된 목격 진술 등을 고려할 때, 해당 경찰관들은 ‘경찰 장비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을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수화통역사 등 정당한 편의 미제공’ 부분에 대해 인권위는 “(참고인과 피진정인 등의 진술로 미뤄볼 때) 피해자가 의사표현에 장애인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정당한 편의제공이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이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연행한 게 부당하다’는 진정내용은 현재 대법원 상고 중에 있어 각하했으며, ‘체포·연행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진정 내용은 피해자와 피진정인의 주장이 상반되고, 피해자 주장 이외에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기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