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향후 10년간 국방부문에서 무려 6780억 달러(2010년 한국 GDP는 957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군수산업 지원을 통해 경기를 부추기겠다는 러시아의 이 같이 통 큰 구상에는 순수한 경제적 목적 외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속셈도 깔려있다.
푸틴이 밝힌 예산 6780억 달러 중 25%는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재건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 돈으로 러시아 해군은 공격형 잠수함 등 군함 20척을 새로 건조하고 추가로 신형 미사일 잠수함, 초계함, 항공모함을 각각 장만할 방침이다.
러시아가 어마어마한 돈을 군 장비에 투자하려는 것은 형해화(形骸化)한 이 나라 군수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러시아 군산복합체는 전체 제조업 일자리의 20%에 해당하는 3백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 산업부문이다.
러시아는 명목상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재래식 무기 수출국이다. 하지만 이 나라 군수산업은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러시아는 대부분 할인판매를 통해 외국 고객들에게 재래식 무기를 100억 달러 어치 팔았다.
하지만 러시아 군수업체 대부분은 소련 시대로부터 넘어 온 비효율 덩어리들이며 이 가운데 25%는 파산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 국방부가 직접 나서서 자국에서 생산하지 못 하는 군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군사대국 러시아가 2차대전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일례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척당 10억 유로 하는 2만t 급 미스트랄 헬기 상륙함 2척을 제조사인 프랑스 DCNS사에 발주했다.
육군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지난달 모스크바의 전략․기술분석센터(CAST)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육군 전체병력 110만명 가운데 실전배치가 가능한 병력은 2개 여단 9000명에 불과하다.
돈을 쏟아 붓는다고 러시아 군이 현대적인 군대로 거듭나리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지만 엄청난 예산 투입을 통해 적어도 군인과 군수업 종사자 수백만 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