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의 아트人> '유리인간과 와인' 中현대미술 블루칩 작가 우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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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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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과 인간관계 나약함·불안함 담아..대구 리안갤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

중국 현대미술 신 4대천왕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우밍중 작가가 라파엘로의 성모상을 재해석한 자신의 신작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베이징=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유리문 앞에서 까까머리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철문이나 나무문을 단 다른 작업실과 달리 온통 유리로 된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몸통에 빨간 와인이 든 유리 인간 남녀가 강하게 키스하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입과 입이 붙은채 흡입된 와인은 하나로 이어져 서로를 넘나들고 있다. 마치 거대한 핏줄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넋잃듯 쳐다보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제목이 사랑이 얼마나 유지될까? 입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사가 떠올랐다. 작품은 자극적이고 강렬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우밍중 작업실. 남녀가 강하게 키스하는 그림의 제목은 '사랑이 얼마나 유지될까'다.


지난 12일 베이징 허거정 예술특구에서 중국 현대미술 블루칩작가로 떠오른 우밍중(47·베이징 수도사범대학 미술학원 서양화실 부교수 )작가를 만났다. 2년전 이곳으로 이사왔다는 그의 작업실은 회색콘크리트로 지어진 3층 규모 크기를 자랑했다. 작업실은 작가의 위상을 말해준다. 접대실과 4m가 넘는 층고 높이를 자랑하는 작업실은 웅장하기까지 했다. 그가 성공했다는 증표다.

우밍중은 2006년 제 37회 바젤아트페어를 참가하면서 구미 등 세계미술계에서 유명해졌다.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중국현대미술전에 참여 국내에도 알려졌다. 이름만 보고 작품을 살 정도로 중국미술시장에서 인기다. 2년전 베이징 금일미술관 개인전때 4m 크기 '우리'라는 작품은 금융위기 불황속에서도 200만위안(3억70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작가가 안내한 작업실엔 거대한 캔버스에 그리다만 신작이 세워져 있었다. 미래세계에서 온 듯한 새빨간 유리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다.
madonna and child/200*130cm/2011

"이제 두살난 제 아들입니다." 진짜 사람처럼 그려진 아이는 방문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는 "2009년 늦둥이를 낳은후 작품에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마치 SF 영화장면같다고 하자 그가 어디선가 종이 한장을 가져왔다. 라파엘로의 '시스틴 성모'를 복사한 것이었다. 그림을 다시보자 중국인의 위대한 포부가 전해졌다.

"21세기 성모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안고 있는 아이는 제 아들이지만 동양인을 담은 것입니다. 현대미술이 구미에서 왔지만 문제점이 많았지요. 중국이 커지고 있어요. 앞으로 동방문명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봅니다."

3m 크기 작품은 거대한 스케일로 보는이를 압도했다. 성모상은 회색 바탕에 붉은 와인으로 채워진 유리인간으로 변신했고 거친듯 과감한 붓자국과 사실적 필치는 날로 성장하는 중국미술의 역동성까지 담아냈다.

"유리인간을 그리기 시작한건 2002년,인간이 갖는 고통의 감정과 쉽게 깨져버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경험하면서부터입니다. 인간과 인간사이의 취약성을 반짝이고 매끈한 표면과 투명한 유리로 대변했어요. 아름답게 보이지만 쉽게 깨지기 쉬운 나약함과 불안함을 화폭에 담았지요."

유리인간과 와인,코냑은 우밍중의 상징이다. 유리로 그려진 마오쩌둥이나 유리로 만들어진 공항, 붉은 군중이나 완벽한 이상적 몸매의 여성신체, 술병 위를 누르는 붓다의 두상등 화려해 보이지만 언젠가 깨질 것만 같은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현대인의 모습을 과감한 원색과 절제된 형상의 사용으로 해석해 내는 그의 회화는 서양 현대미술에 대한 차용과 재해석,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중국현대미술은 1980년대 중국의 개방화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다. 불과 20여년의 길지 않은 시간을 지나면서 정치적 팝과 냉소적 사실주의로 중국 특유의 은유법과 독특한 화풍으로 서구미술계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이가운데 우밍중은 서구 취향이나 이념을 벗어나 독자적이며 철학적인 세계를 구축하며 확고하게 자신의 존재를 세계 미술계에 알리고 있다.
그의 회화는 중국 특유의 색채와 매혹적인 이미지로 현대인의 초상을 은유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는 정치색을 벗고 사랑, 혼인, 생명, 정치, 종교, 아름다움, 청춘, 투쟁, 소비문화 등 넓고 보편적이다.

한국미술에 대해 묻자 그는 인상깊게 본 작품이 있다며 허공에 손가락으로 힘있게 네모를 그렸다.

"지난해 전시관련일로 한국에 들어와 경매장에 갔었는데 거기서 이우환의 작품을 보고 사고싶을 정도였어요. 한국하면 백남준밖에 몰랐는데 이우환을 보고 깜짝놀랐어요. 팽팽한 긴장감과 불교의 참선을 느낄수 있었고 정말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민머리 작가는 내공이 단단한 스님처럼 보였다. 그는 "다행히 초기에 발견된 암 때문에 머리를 잘라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계속 자라고 있어 나중에 보면 달라질 것"이라며 "그림을 그려 가난을 벗어났고 새로운 생명인 아들까지 얻어 행복하다"고 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만들고, 더 유명한 미술관에서 전시하는게 목표입니다. 그곳이 어디냐고요? 영국 테이트 모던이나 뉴욕 모마에서 했으면 합니다."

우밍중의 한국 첫 개인전이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16일~4월16일까지 열린다. 영상과 대형 회화작품 12점을 선보인다. 문의 053-424-2203

my duchamp's "chess match"
pleasepardon the ldiot wu mingzhong! /230*280cm.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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