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병준 KIET 원장 "거시적 안목의 산업정책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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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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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연구원 발탁할 터…글로벌 '싱크탱크' 전략 추진

지난 18일 송병준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KIET에서 본지 이상준 경제부국장과 만나 지난 1년간을 되짚어 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론시간을 가고 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국내 미시정책 연구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산업연구원(KIET) 송병준 원장이 오는 22일 취임 첫돌을 맞는다. 1990년 KIET에 몸을 담근지 20년만에 자체승진으로 수장에 올라 원내 연구원들의 사기고양에도 더 없는 기회가 됐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송 원장은 특히 개발도상국들로부터 맞춤형 산업발전전략에 대한 고언을 해 줄 때에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원 설립 당시와는 달리 한국 경제 성장과 함께 늘어난 민간 미시연구기관을 앞서려면 앞으로 "보다 거시적 차원을 갖고 산업정책 연구의 '싱크탱크'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취임 1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 18일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KIET에서 본지 이상준 경제부국장과 만나 지난 1년간을 되짚어 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흘러간 대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겨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 35년의 역사를 가진 KIET에서 취임 1년을 맞게 됐다. 1년간 연구원이 어떻게 바뀌어 왔나.

"과거 미국경제 영향에 대한 연구초점이 다변화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국내 산업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는 스터디가 저희 역량의 대부분이다. 독자적으로 보는 거시정책의 방향도 가지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와 쌍벽을 이뤄온 연구원이다. 1980년대 후반 민간연구소들이 양성되면서 독보적 연구분야가 약간 위축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민경제에 가장 민감한 것은 민간연구소와는 달리 이해당사자나 그룹의 혜택, 영향, 시각에 자유롭다. 그래서 생산정보도 제3자적 입장에서 공학자들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중립적이고 학술적으로 신뢰성있는 결과와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동반성장이나 업종연구에서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동향분석실에서 업종별 내수, 수출 등 산업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산업을 넣고 있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런면에서 국내 서비스 연구를 이끌어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중간재 산업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서비스가 고용창출에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다. 특정 서비스업 등에 대한 선행연구의 축적이 필요해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만큼 타 연구기관들의 결과보다 희소가치가 있다고 본다."

-연구인력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전체 143명 중 105명이 연구인력이다. 글로벌 연구 트렌드에 발맞춰 박사급 외국인 연구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부상하고 있는 신흥개도국 산업발전전략 트렌드에 맞춰 터키 출신 한명을 고려하고 있다. 연구인력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 개발협력팀에 한 두명 정도 배치하고 보수나 조건 등을 조정하고 있다.

개도국 산업발전 작업을 보니 북미나 유럽쪽의 컨설팅을 받아 그 나라 발전전략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저희가 그런 컨설팅을 한단면 단계별 발전과 개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개발경제 시대 정부 주도하에서 자생력을 키워왔듯이 맞춤식의 컨설팅을 하고 싶다. 몇나라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알제리 같은 경우 2년 정도의 기간으로 컨설팅을 실시했다. 리비아도 계약을 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연구원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비젼이 있다면.

"젊은 인력 충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민간연구소에 비해 축적된 결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심도깊은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고령화돼 있는 조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젊은 인력을 다양한 채널로 충원하고 현장감 있게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밀착형 연구를 위해 현장방문 및 해외출장 등을 통해 연구에 매진하도록 배려하고자 한다.

산업경쟁력에서 일본과의 간격이 좁혀지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현격한 차이가 엄존한다. 생산기술이나 경영기법, 마케팅, 기지 현지화 전략은 일본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단계다. 오히려 일본이 우리와의 산업협력 등을 진지하게 추진중인 것 같다.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과의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같은 경우 중국이 앞섰다고 주장할 정도이고, 첨단기술 몇몇 부분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임금수준이 낮고 우수한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워낙 경제규모가 방대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하는 게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계속 활용해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분야 소요는 항상 발생할 것이다."

-규모화의 표준화가 되면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 얘긴가.

"그런 측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속도를 내야 한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자꾸 줄고 있다. 우리로서는 내수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류 등과 같은 문화적 역량을 활용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서비스 부분도 중국 상품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뷰티산업이 그것이다. 일본은 고급 기술제품 전략 중심이다. 사회적인 문제와 진단, 솔루션 제공을 통해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설비를 소개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고급기술전략도 블랙박스와 같다. 좀처럼 복사할 수 없도록 접근하고 있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식품 등 축적된 가치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같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만 초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중국내 진출해 있는 대형 유통망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전략을 펼치려면 현장에서의 시스템 실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현장위주의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물가안정이지만,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중소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순수한 부가가치가 있는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대기업에 피해가 돌아가게 할수는 없다. 따라서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특히 미래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경쟁력 유지가 일자리 선순환 구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직은 크게 가시적으로 나타나 있지는 않다."

-중소기업 성장을 돕기 위한 산업구조 재편 방향을 제언하신다면.

"기업사이즈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조화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크지 못하는 제약 요인들에 대한 분석과 기업성장이 가능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신성장 동력 부분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전략 등도 전문성이나 관리감독 시스템 위주로 바뀌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원 발전을 위해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나는 연구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항상 의식하고 있다" 실제로 운영하면서 '무왕불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급적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잘 해주고 밝은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항상 환경탓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나를 곱씹어 보는 사회적인 문화가 됐으면 한다. 내 시각만 바꾸면 나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담:이상준 경제부국장 bm2112@ajnews.co.kr
정리=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사진=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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