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미국 외교 문건을 FT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뱅킹부문 대표는 미 당국자에게 “이란이 최근 금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베일리는 이란이 금을 대거 매입한 것은 달러화 중심의 대외 자산이 압류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미 금시장에서 지난 10년간 중국과 러시아, 인도 다음 가는 큰 손이자 세계 20대 금 보유국 가운데 한 곳으로 지목돼 왔는데, 이런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2006년 6월 작성된 이 문건이 최초라고 FT는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금 보유량이 최근 300t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가장 최근 통계는 1996년치로 당시 이란은 168.4t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을 대거 매입하며 금값을 사상 최고치로 띄어 올린 만큼 이란도 금 매입 행렬에 동참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들은 보통 비공개로 금을 매입하는데, 지난해 22년만에 처음으로 금을 순매입했다.
귀금속컨설팅업체 GFMS의 필립 클랩위크 회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실제 보유한 금은 IMF에 보고하는 수치보다 약 10% 이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뿐 아니라 다른 중동지역 국가들도 은밀히 보유 외환 중 달러화 비중을 낮추고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정불안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 탓이다.
FT가 확보한 문건에서도 요르단 총리는 중앙은행에 금 보유량을 늘리라고 지시했고, 카타르투자청(QIA) 관리는 금과 은을 사들이는 데 관심을 표현했다. 조지 밀링 스탠리 세계금협회 회장은 “중동지역 국가들이 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2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으로 금값은 최근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440.40 달러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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