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산업화’ 시대 경부 축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이 이뤄진데 따른 소외감을 갖고 있어 이 같은 불만이 ‘선거 때의 선심 공약과 당선 뒤 배신’이라는 악순환과 맞물릴 경우 더 큰 사회·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이방호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장은 “지역에 관한 대선공약은 대통령이 한 약속이란 점에서 어디든 기대감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 이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정권 초기에 발표해줘야 하는데, 자꾸 시간만 끌다보니 정치권이 개입하고 지역감정의 골마저 깊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 경제공약 ‘R&D특구’ 등 3개만 정상 추진”=이 대통령은 17대 대선과정에서 광주지역에 모두 11개(한나라당 공약집 기준)의 정책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추진 중’인 공약은 5건에 불과할 뿐 나머진 모두 답보 상태다. 특히 경제·산업 분야에선 △연구·개발(R&D) 특구 지정 △가전로봇 시범단지 조성 △자동차(SUV/CUV) 부품 클러스터 조성 등 3개 공약 정도만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설립은 원자력의학원의 재정악화로 중단됐고,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이나 △민주·인권·평화도시 구축(한국 민주주의 전당 유치 등) △세계문화상품 복합단지 조성 또한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호남고속철도 전 구간을 동시 착공해 광주∼목포 구간을 2012년까지 조기 개통하겠다”던 약속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호남고속철도는 당초 정부 계획대로 오성∼광주 182.2㎞ 구간은 2014년, 광주∼목포 간 48.7㎞는 2017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전남, 영산강 개발만 ‘속도전’”=전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7개 공약 가운데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3조3634억원이 투입된 ‘영산강 뱃길 복원 및 유역 개발’만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첫 대회가 열린 포뮬러1(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는 중앙정부의 비협조로 올 들어‘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개최 비용의 60%인 1130억원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데다 정부가 애초 약속한 경주장 건설비 358억원도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F1 대회 지원을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어놨지만 정작 정부는 하는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전남도와 여수시는 내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와 관련, 도로망 확충을 위해 ‘전주~광양 고속도로 여수 연장’ 기본 및 실시 설계비의 예산 반영을 요구했으나 무산됐다.
여수공항 활주로 확장공사(2100m→2800m) 역시 “사업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도 관계자는 “박람회 자체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해도 주변 인프라가 문제다”며 “지방재정이 넉넉하면 국비지원을 안 바라봐도 될 텐데 그럴 여력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전북, 새만금 외엔 이행 성과 없어”=전북도 전체 7개 중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새만금 개발 외엔 사실상 이행 중인 공약이 전무하다. 그마저도 포항~새만금 간 고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분은 계획만 있을 뿐 예산 반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새만금 개발에 따른 군산공항의 국제선 유치 방안은 ‘전남 무안공항의 중개 물류중심공항 육성’ 공약과 겹쳐 호남 내 ‘남북 갈등’을 가져왔고, 최근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영향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전북은 최근 한국주택토지공사(LH) 본사 이전 문제를 놓고 경남과의 대립 국면에 들어간 모습. “어차피 안 될 공약 갖고 싸우느니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데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공약을 100% 지키긴 어렵더라도 대통령 임기 내에 최소한 밑그림 정도는 만들어놔야 정부 신뢰를 높이고 지역 균형발전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주, 특별자치도 완성부터 제 자리 걸음”=제주지역 공약도 상당수 ‘헛공약’으로 끝날 전망이다. 전체 9개 가운데 ‘제2국제공항 건설’(2010년 착수, 2017년 완공)만이 기존 논의의 재탕·삼탕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였지만, 현재는 도청 내에서 관련 업무를 맡아온 과(課)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정부도 앞서 법정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2차 중간 보고서에 '제주 신공항 건설=민간 주도형'이란 표현을 담으면서 사실상 손을 뗐다.
‘특별자치도 완성’ 또한 관광객 부가가치세 면세를 포함한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제 자리 걸음이다. “정부·여당이 ‘영리병원’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일어난 부작용이다”는 게 도 관계자의 지적이다.
아울러 ‘관광미항 기능의 해군기지 건설’은 이달 7일에서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해군기지 지원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첫 단추’를 뀄다. 정부는 연내 해군기지 건설를 포함한 지역발전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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