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금감원이 독점해온 금융기관 감독·검사권을 다변화해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의 통합, 새로운 감독기구 설립, 한국은행으로의 편입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돼 쉽사리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 기능 재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금감원의 힘에 짓눌려 있었던 금융기관과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금감원 독점적 지위 해소가 우선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민(民)과 관(官)이 동참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감원 개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TF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및 검사권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폐단을 분석하고 이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미 금감원 내부 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감원이 독자 행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견제가 어려운 만큼 두 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또 다른 권력의 집중을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권한과 지위의 남용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 정무위의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성헌 의원도 “금융위가 독립하기 전인 2005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부터 저축은행 문제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을 통합한 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만 부여하고, 검사권은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 부장은 “통합 후에도 정책·감독·검사권을 모두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책하는 사람이 감독도 하고 검사도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추세가 감독보다 검사 기능 강화 쪽으로 흐르고 있어 또 다른 금감원을 양산하는 데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민간 기구에 검사권을 이양할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과 예금보험공사의 검사권을 강화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기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 기능을 분야별로 나눠 분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금융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민간금융과 정책금융, 해외금융 등으로 나누고 한은이 통합 관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은의 권한을 강화시키면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금융권 내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교수는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의 유착을 없애려면 독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 시스템 내에서 한은과 예보에 권한을 좀 나눠주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금융권·소비자 의견도 경청해야
금융감독 체제 개편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 자체가 공급자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애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 중 어느 것도 피감기관인 금융기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며 “당국이 피감기관의 잘못을 따지기 위해서는 시장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권도 의견 분분, 기관 이기주의는 금물
정치권은 현재 금융감독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허태열 정무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제도의 문제인지 운영상의 문제인지 파악하는게 우선”이라며 “3년 전만 해도 금감원 기능이 4~5개 기관에 분산돼 있었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제도를 고쳤을 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 감독 및 검사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당내 논의가 따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 통합 방안, 한은 내 감독기구 설치안 등 몇 가지 안을 놓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우제창 의원은 “해외 사례처럼 금감원을 한은에 편입하는 것은 한은의 설립 목적인 금융안전성을 달성하고 거시안전성에 대한 권한 강화 차원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다만 어느 한 가지로 입장을 정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의 이성남 의원은 “금융감독 제도 개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찾아 질타했다고 대책을 급조한다면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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