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대기업그룹 계열사 간 보증금 없는 부동산 임대차거래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에 3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총계 5조원 이상 55개 대기업그룹에 속한 회사가 올해 들어 13일까지 밝힌 계열사 간 부동산 임차 계획 26건 가운데 69.23%에 해당하는 18건은 보증금 없는 거래로 집계됐다.
삼성그룹 손해보험업체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계열사에 8차례 부동산을 임대하면서 절반 이상인 5건에 대해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
애니카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는 삼성화재로부터 대구와 부산, 광주, 인천 소재 부동산을 빌리면서 보증금 없이 임대료만 연간 9억8100만원을 내기로 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사무실 임대를 1년 연장한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수도권보다 시세가 저렴한 지방 소재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증금 없이 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애니카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 지분을 각각 100%·96.79%씩 보유하고 있다.
같은 삼성그룹 정보기술(IT)업체 삼성SDS도 경기 성남 분당구 소재 사무실을 계열사 오픈핸즈에게 보증금 없이 빌려줬다. 삼성SDS는 작년 10월 100% 지분 출자로 IT업체 오픈핸즈를 신설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모회사인 삼성SDS 측 장애인 채용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회사로 오픈핸즈를 설립한 것"이라며 "장애인표준사업장인 만큼 장애인고용촉진제도에 따라 보증금 없이 부동산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효성토요타는 부동산 임대업체인 계열사 신동진으로부터 서울 반포동 사업장을 보증금 없이 연간 17억8300만원에 임차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세 아들인 조현준 효성 사장·조현문 부사장·조현상 전무는 효성토요타 지분을 각각 20%씩 모두 60%를 가지고 있다.
동양그룹 동양레저는 동양매직으로부터 경기 파주시 골프장 토지와 부대시설을 연간 1억5000만원만 내는 조건으로 보증금 없이 임차하고 있다.
GS건설(GSO&M·지에스텍)·하이닉스(하이스텍·하이닉스인재개발원)도 각각 2개 계열사에 보증금 없이 부동산을 빌려줬다.
현대건설(농업회사법인현대서산농장)·현대차(전북현대모터스에프씨)·피엔씨티(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대한통운(울산항만운영)·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포스코(포스플레이트)는 1개사씩이다.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계열사 간 부동산 임대차 계약시 보증금을 반드시 설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특혜를 제공해 재산상 이득을 줬다면 불공정거래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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