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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정답은 SK텔레콤.
2000년 2월 29일 SK텔레콤은 주당 50만7000원(액면가 500원)까지 치솟았다.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무려 주당 500만원이 넘는 ‘대장주’였다
.
그랬던 SK텔레콤이 요즘은 시가 총액 20위권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성장 동력이 다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최근 SK그룹 내의 ‘캐시카우’ 역할을 SK이노베이션에 내 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신규 사업도 발굴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회사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SK텔레콤은 “그냥 이대로 흘러가자”는 아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배 의식마저 엿보인다.
그 중심에 하성민 SK텔레콤 총괄 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
하성민 사장은 1982년 (주)선경(현 SK네트웍스)에 입사한 후 SK 주요 계열사에서 줄곧 재무 업무만 담당했다.
이러다 보니 하 사장은 셈에 밝고 치밀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는 게 그에 대한 중평이다.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에 너무 골몰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당장 지난달 14일 단행한 임원 인사에도 하 사장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 사업이라 볼 수 있는 해외 사업 및 신규 사업 담당 임원을 대거 경질했다. 대신 기존 사업을 보강하는데만 그쳤다.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 스마트폰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제일 먼저 시작했다. 이도 하 사장이 고집해 내 놓은 작품이다.
그런데, 현재 데이터 다량 이용자 10%가 전체 통신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이용자들은 "이로 인해 통화 풀질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통신망에 아무리 투자를 해도 결국 그 과실은 소수의 이용자만 따 먹은 구조"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통신업계가 전체가 수익을 못 내고 고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3세대(3G) 이동통신 주파수 폭이 경쟁사에 비해 넓다”며 “하 시장이 이쪽만 믿고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하 사장이 통신시장의 생태계를 너무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최근 몇 년새 SK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들의 재임 기간은 길어야 1~2년 정도로 다른 그룹사에 비해 단명하기로 유명하다.
최태원 회장 체재가 들어 선 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문책성 인사를 자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하성민 사장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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