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에게 불성(佛性)이 있는가, 없는가? 불성이 있다면 칼을 겨눌 것이고 불성이 없다면 단칼에 죽일 것이다”
좌중은 혼란에 빠졌다. 한낱 미물인 개에게 불성이 있는 것도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불성이 없다고 답한다면 개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이때 아궁이 불을 때던 미천한 승인이 냉큼 달려와 고승의 빰을 후려치며 칼을 쳐냈다. 고승이 크게 웃으며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
학자들은 좌중이 불성의 논란에 빠져 망각했던 근본,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는 불가의 사상을 그가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다시 현대로 돌아와보자.
감사원이 있고, 금융감독원이 있다. 저축은행의 부정을 지키는 감사가 있다. 하지만 전직 금감원 출신의 상임감사들은 저축은행의 부실감사로 결국 저축은행 사태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금융감독원은 몇년전부터 금융사들의 감사자리를 감독하며 그들만의 복마전을 일궈냈다. 이제는 감사원이 이같은 비리에 한몫 단단히 했다는 속보가 연일 지면을 메우고 있다.
고민해보자. 이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회사의 감사와 금융감독원 및 감사원, 금융당국, 나아가 이들을 방관한 정부가 망각한 것은 이들의 존립 근간이 서민의 피땀흘려 모은 노력을 지켜내는 사명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을 통해 금감원의 조사권을 한국은행에 나눠주려는 한은법이 6월 국회에서 논의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명제에 따르면 단일하게 고여있던 조사권을 나눠 부패의 고리를 견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은법은 다시 옛 재정부 관료들과 이권다툼에 빠진 정무위와 재정위, 그리고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금융위원회의 다툼 속에 쉽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이다. 마치 ‘불성논란’에 빠진 좌중과 같이. 그럴때면 누구든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 저축은행 사태를 다루는 법원 앞에서 평생을 모은 재산을 날린 채 뒹군 힘없는 서민들의 모습을. 저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먼저 생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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