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네소타와 디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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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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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민주당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고소득층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했고, 공화당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은 세금을 좀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쪽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협상 기한을 넘겼고, 결국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 사무실이 문을 닫게 됐다. 오는 8월2일이 기한인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 협상이 아니라 미네소타주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실제 일어난 일이다. 미네소타주 정부 기관 폐쇄는 현재 백악관과 공화당이 신경전을 벌이며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이 최악의 경우 어떻게 될지 잘 보여주고 있다.

미네소타 노인들을 돕기 위한 전화 연결 서비스는 중단됐다. 맹인들을 위한 주정부 지원이 계속될지도 불투명하다. 가난한 주민들이 그동안 받던 자녀 양육 보조금도 못 받을지 모른다.

노숙자 시설도 일하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등 총 2만3000명의 주 공무원들이 당장 일을 못하게 됐다. 이들이 하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생기는 불편함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들도 당장 걱정이다. 한꺼번에 2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사실상 무급휴가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야 하는 공과금, 아이들 교육비, 집값 및 아파트 렌트비도 밀리게 생겼다. 한 주씩 주급으로 먹고 살던 고속도로 건설현장 근로자들도 최대 1만명이나 해고될 전망이다. 여름철 미국 최대 휴가 시즌인 독립기념일(7월4일)을 맞은 미네소타의 모습이다.

미네소타는 2012년 대통령 선거 공화당 경선에 나선 팀 폴렌티가 주지사 시절 넘겨준 50억 달러의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양당이 협상을 벌이다 이 꼴이 됐다.

마크 데이톤 현 주지사(민주)는 부유층에 세금을 더 거두는 대신 주정부 서비스를 대폭 줄이겠다고 제안했지만, 공화당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데이톤 주지사는 마지막으로 연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로부터 3%의 세금(전체 미네소타 주민 부담의 약 0.03%)을 더 거두겠다고 했지만 공화당은 "노(No)"라고 했다.

아주 극소수 유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공화당이 그랬다기보다는 다른 정치적인 사안 때문에 데이튼 주지사와의 협상을 거절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즉, 낙태 제한,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 등 공화당의 평소 정치적 슬로건을 이루기 위해 부자들을 담보로 벼랑끝 협상을 벌인 것이다. 현재 특별 회기 등을 운운하며 추가 협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양당 지도부가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지 관심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지도부와의 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녀들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공화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화당은 오히려 "무책임한 지도자"라며 오바마를 비난했다.

내년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초 아이오와부터 예비 선거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반년 남짓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의 예산 싸움의 배경에는 바로 대선이 있다. 기한 직전 타결 아니면 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어떤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빠른 계산이 진행되고 있다.

미네소타주 사태를 관측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튀는지 양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 하나 다른 것은 미네소타는 지역 정부이고, 연방정부는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이다. 디폴트 파장의 크기가 비교되지 않을 연방정부 지도자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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