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전자 등 주요 수출 상품이 우리와 겹치는 일본의 경우는 한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한국 기업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7일 ‘한국 기업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 기업이 자동차ㆍ조선ㆍ전자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세계 시장을 뺏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한일 기업 분야별 경쟁 실태를 소개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ㆍ기아가 상반기 미 시장에서 도요타ㆍ혼다를 턱 밑까지 쫒아오고, 유럽 시장에서는 오히려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은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일찌감치 인도와 경제자유화협정(EPA)에 나서는 등 시장 개방에 공격적인 반면 일본은 멕시코ㆍ아세안 시장과의 협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업 분야에서는 엔고 및 설계인력 부족 등으로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장했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의 올 상반기 수주량은 892만 CGT(수정환산총톤t수)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46만 CGT에 그쳤다. 수주량을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도 한국이 53.2%로 과반이었고, 일본은 2.7%에 머물렀다.
사무기기 분야에서도 후지제록스나 리코·캐논 등 일본 기업이 매출액에선 상위지만 출하 대수로는 삼성전자가 1위로 올라섰다.
이 신문은 일본의 약점에 대해 높은 전력가격과 법인세 실효세율, 엔고, 온난화 가스 감축 부담, FTA 체결 지연, 제조업 고용 규제 강화 등 6가지를 꼽고 “전력 부족 장기화 땐 한층 더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이나 미국도 국내 기업을 경계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ㆍ기아차는 2009년 미국ㆍ일본 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허덕일 때 비약적인 성장을 하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 했다. 그 때부터 ‘경기침체보다 무서운 한국차’(뉴욕타임즈ㆍ2009년 6월23일) ‘그들(한국 자동차업체)을 경계해야 한다’(오토모티브뉴스유럽 중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ㆍ기아는 지난 5월 미국 시장 점유율 10%(5위)를 돌파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상반기 점유율 4.7%(9위)로 일본 브랜드를 모두 제친 가운데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를 소수점 자리까지 뒤쫒았다.
이 같은 한국기업 경계령은 신흥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곧 수입규제 및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대목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20개국 126건이 있었으며 이중 103건은 중국ㆍ인도ㆍ러시아ㆍ브라질 등 신흥국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13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자동차생산업협회는 최근 한국ㆍ중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 당국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현지 생산업체에 대한 조세 감면으로 수입산 자동차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인도에서도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를 관세규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인도의 해외기업 관세 ‘딴지걸기’는 일종의 관행이다. 현대ㆍ기아는 올 상반기 사상 최초로 20% 점유율을 돌파했다. 최근 금호타이어의 품질 문제를 걸고 넘어진 중국 당국도 현대ㆍ기아에 중국 내 독자 모델을 요구하는 등 경계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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