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연초부터 물가안정을 화두로 꺼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4%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드시 잡겠다던 'MB물가 품목(52개)' 중에서도 41개나 오른 상태다. "거시 경제정책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마이크로하게 개별 품목을 가격통제해서 잡힐 물가가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재정부장관 물가회의 주재…靑 '컨트롤타워'
이 대통령은 20일 다음주부터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여는 물가대책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열 것을 지시했다. 그간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임종룡 재정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는 물가안정대책회의를 매주 열어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물가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성장보다 물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지만, 각 부처가 물가 대응에 진정으로 온 힘을 쏟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물가대책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동시에 이 대통령이 직접 물가를 챙길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실 내에 물가만을 관리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 재정부가 중심이 돼 물가대책을 마련하고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을 직접 관리·감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급 물가회의를 통해 다양한 부처별 물가대책 아이디어를 수립하고, 기본 틀을 짜게될 것"이라며 "청와대는 물가대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 '말잔치' 안돼…차분한 대응 필요성 제기
문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느냐다. 연초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는 재정부, 지경부, 국토해양부, 공정위, 국세청 등이 총동원돼 물가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 등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제 대통령 발언 이후 기름값이 100원 인하되는 반짝 효과를 거뒀지만 관측 논란만 빚은 채 3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또 유류세 인하 대책도 정부의 반대로 좌초될 것으로 보이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도 장기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청와대 경제라인도 고민하고 있다. '알맹이' 없는 대책만 내놓을 경우 더 큰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물가안정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 등 중장기 과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오를대로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정부 정책이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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