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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박카스 등 48개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했지만 정작 슈퍼나 편의점 어디에서도 이들 제품은 판매되고 있지 않지 않아서다.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제품이 슈퍼에 풀리지 않은 이유는 제약사의 약사 눈치보기가 최대 이유로 꼽힌다.
◆ 제약사, 약사 저항에 슈퍼판매 주저
박카스 등은 약사들에게는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통한다.
박카스를 구입하려고 약국을 찾았더라도 약사의 홍보와 설명에 따라 또 다른 상품을 추가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 약사들은 박카스를 시작으로 더 많은 일반약이 슈퍼마켓 판매가 가능한 제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을 슈퍼나 편의점에 내놓는데 주저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19일 제약사 간담회를 갖고 동아제약 등 각 제약사에 약국 외 유통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약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외적으로 제약사들은 생산설비 시설 확충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슈퍼 판매가 어렵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 구입처가 약국에서 슈퍼나 편의점으로 확대되면 매출이 늘겠지만 약사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 정부, 무리하게 정책 추진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정부가 제약사의 입장이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제약사의 의약품 생산시설은 약국 유통량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따라서 당장 슈퍼마켓에 유통시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
의약품 도매상 외에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또 제약사가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가격 결정, 상품코드 부여 등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복지부도 이런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이동욱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여러 가지를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의약외품이 슈퍼 등에서 판매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제약사들이 이번 고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 정책관은 “고시 시행 일주일 정도가 되면 유통업체 자료를 통해 슈퍼 등에 어느 제품이 얼마정도 풀렸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조가 부진하다고 파악된 제약사는 (슈퍼 판매를) 독려 하겠다”고 밝혔다.
광고 규제도 실시한다. 복지부는 의약외품 전환 제품 가운데 ‘의약품’으로 보이는 광고에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이에 박카스가 사용 중인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는 광고문구도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슈퍼마켓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박카스가) 지금까지 해오던 광고는 틀린 광고가 되는 것”이라며 “같은 광고를 계속할 경우 규제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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