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에 분포한 고구려 유적이 지닌 무언의 기록 또한 그렇다. 고구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은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의무다.
최근 그 동안 훼손되거나 방치된 고구려 유적을 복원·정비를 위해 팔 걷고 나선 경기 구리시, 연천군, 충북 충주, 강원 철원 등 지방자치단체의 복원 사업을 점검했다.
◇구리시, 아차산 시루봉 보루 복원= 구리시의 경우 고구려의 군사유적지인 아차산 시루봉 보루를 9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 연말까지 복원한다. 구리시의 고구려 역사도시 조성계획의 일환이다.
앞서 시는 군사용 교통참호와 헬기장으로 훼손된 시루봉 보루에 대해 문화재청과 관할군부대의 지원과 협조를 받아 지난 1999년부터 2년간에 걸쳐 건물지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학교박물관의 발굴조사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는 약 9억원의 예산을 들여 6월 중 관계전문가의 현장 기술지도를 받아 시범구간을 쌓은 후 집중 우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 올해 중 성벽복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남진정책의 전초기지 기능을 했던 보루는 임진강·양주·한강유역에 적게는 3개 많게는 5~7개씩 무리를 지어 산 능선을 따라 봉우리마다 조성돼 있다.
시는 이번 정비사업을 통해 총 둘레 260m 중 급경사구역으로 성벽의 안전이 우려되는 서쪽 벽을 제외하고, 4개의 치(외부를 감시하고 침입하는 적을 효율적으로 막아내기 위해 마치 꿩의 머리모양같이 성벽 몸통에서 밖으로 돌출된 부분)를 포함해 길이 149m 정도를 건물지 바닥정도의 높이까지 복원한다.
아울러 시는 탐방객의 이해와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안내판 설치 및 주변을 정비한 후 성벽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천군, 호로고루·당포·은대리성곽 정비= 경기도 연천군은 지난 2005년부터 연차적으로 고구려시대에 축조된 성곽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을 투입, 정비해왔다.
당시 간신히 확인될 정도의 형태만 남아있던 △호로고루성(장남면 원당리) △당포성(미산면 동이리) △은대리성(전곡읍 은대리) 등 3개의 고구려시대 성곽은 2007년까지 200억여원이 투입된 정비사업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를 되찾았다.
경기도는 호로고루성은 2000년 6월 기념물 174호로, 당포성은 2003년 4월 기념물 192호로, 은대리성은 2004년 5월 기념물 197호로 각각 지정한 바 있다.
◇충주시, 고구려 역사공원 조성= 충주시는 가금면 용전리에 있는 국보 제205호 중원고구려비 주변을 고구려 역사공원으로 조성한다.
작년 1월 시작된 중원고구려비 주변정비사업은 내년 연말까지 진행된다. 시에 따르면 국비 45억여원과 지방비 32억여원 등 모두 7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가금면 용전리 중원고구려비 주변 3만919㎡ 터에 2011년까지 534㎡ 규모의 전시관과 안내실, 편의점, 관리사무실, 주차장 등을 설치키로 했다.
특히 눈비와 바람 등 기후변화에 노출돼 있던 중원고구려비는 유리 등으로 외부와 차단된 새집을 얻게된다. 시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토지매입과 국도선형 변경, 교통 경관 재해용역, 기본 실시설계 등의 사전절차를 밟아왔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고구려 역사의 정체성을 찾고 이곳을 체험형 역사문화 탐방과 관광코스로 활용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철원군, 후고구려 유적정비사업 ‘삐걱‘= 강원 철원군이 지난 2007년 63억여원을 들여 추진키로 했던 후고구려 유적정비사업. 예산 확보 문제로 난항을 겪어오다 현재 사업은 접은 상태다.
군에 따르면 후고구려 유적정비사업은 2012년까지 연차적으로 궁예도성 및 왕건 구택지가 있는 철원읍 홍원리·월하리 일대의 토지를 매입한 후 발굴조사, 토성복원, 궁예사당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태봉국도읍지와 주변 유적지를 ‘역사기행’ 테마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대대적인 정비사업이 기대됐다.
군은 이와 함께 궁예도성 등 비무장지대에 산재한 문화재와 유적들에 대한 남북 공동발굴 및 복원사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태봉국의 옛 도읍지이자 고려 건국의 모태이기도 한 철원이 많은 유적지가 있음에도 불구, 대부분 군사분계선 인근에 산재해 발굴이 거의 이뤄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63억여원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크게 기획했던 사업이었으나 발굴조사 이후 사업이 더디 진행돼오다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아쉽지만 현재 재추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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