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왕재산’ 적발…실체 드러나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남조선 혁명을 위해 남한 내 조직을 만들해 활동한 반국가단체를 25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정국 혼란 등을 일으키기 위해 조직원을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하는 등 정치권 상층부 공작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225국과 연계된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조직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총책 김모(48)씨와 인천지역책 임모(46)·서울지역책 이모(48)씨, 연락책 이모(43)·선전책 유모(46)씨 등 5명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가입, 간첩, 특수잠입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다른 5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 중이다.
　
　총책인 김씨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93년 8월 김 주석과의 직접 면담에서 ‘남조선혁명을 위한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는 명령에 유일적 영도체계 구축, 김일성 부자 혁명사상과 위대성 보급 등 5대 과업을 내용으로 한 ‘접견교시’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980년대 주사파로 활동한 김씨는 1990년대 초반 북한 225국에 포섭돼 ‘관덕봉’이라는 대호명(비밀공작활동에서 보안유지를 위해 이름 대신 사용하는 고유명칭)을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초·중학교 후배인 인천지역책 임씨와 대학동창인 서울지역책 이씨를 포섭, 북한으로부터 각각 ‘관순봉’, ‘관상봉’이란 대호명을 부여받은 뒤 2001년 3월 ‘왕재산’이란 지하당을 구축해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연락책 이씨와 선전책 유씨는 대호명 ‘성남천’, ‘성봉천’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이들은 1993년 지원개발이란 업체를 설립한 데 이어 2001년에는 북한체제 선전목적의 벤처기업 코리아콘텐츠랩을, 2002년엔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업체 지원넷을 각각 설립했다"고 말했다.
　
　또 "225국이 인천지역의 혁명 전략적 거점화를 위해 이 지역 행정기관과 방송국, 군부대 등을 유사시에 장악하도록 왕재산 조직에 명령했다"고 했다.
　
　이들은 정치권 동향 등 정세정보와 함께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포함된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대용량 하드디스크 등에 담아 북한에 제공했다.
　
　이들은 정치권 내 정보를 캐기 위해 정당원으로 활동 중이던 서울지역책 이씨를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