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형 안드로이드 개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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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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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국장 겸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부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업체와 손잡고 구글의 안도로이드에 맞설 한국판 안드로이드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는 보도가 여러 일간지 IT면을 크게 장식했다. 지난 주 월요일의 일이다. 정부가 특정 사안을 언급하고 기업과 손을 잡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구글의 안도로이드가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 대응하는 한국형 운영체제를 대기업과 손잡고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이 말한 대기업은 기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통신 서비스업체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이다.

업계보다 정부가 먼저 토종 운영체제(OS) 얘기를 꺼낸 것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 급변하는 IT판도를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또 ‘모바일 기술 안보’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국내 IT업체들이 지금의 모습에 안주한다면 큰 어려움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일찍 알아차린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기자들에게 김 실장은 제3차 IT혁명이 시작됐다는 말을 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삼성과 LG전자도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스마트폰 제조 시장이 기기 중심의 삼성과 애플 구도에서 앞으로는 OS 중심의 애플, 구글, MS(노키아)의 3강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요즘의 IT시장은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날 정도다. 휴대폰만 들고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가 나왔다.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을 점령해 기기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들이다. 여기에다 25일에는 애플의 스티브잡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앞으로 IT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건희 삼성회장도 최근 IT업계의 혁명적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이대로 가면 삼성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의 경우 휴대폰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데 애플의 공격이 계속되고, 구글과 모토로라가 힘을 더하면 큰 위협이 될 것이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휴대폰과 IT에 위협이 오면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정부는 IT혁명에 맞설 계획까지 제시했다. 우선 올 10월에 출범하는 제3차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 LG 등을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개발팀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540억원을 지원한다.한국형 OS 개발에 필요한 시간은 ‘3년’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으로 기업과 정부가 얼마나 손이 맞느냐에 따라 기간은 단축될 수도 있다.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첫째는 토종 OS를 3년 동안 어떻게 개발하느냐 하는 지적이다.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정부가 기업들을 끌고 간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쉽게 말하면 기술 개발을 기업에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형 안드로이드 개발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정부가 새겨들어야할 내용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원칙적인 문제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할 때는 아니다. 힘을 모아 토종 OS를 개발할 때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이동통신 단말기 대국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휴대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일이고 앞으로는 더 긴장해야 하는 게 우리 업계다. 지경부 김 실장이 지적한 대로 핸드폰 시장이 OS 중심의 애플, 구글, MS 등으로 짜여진다면 우리에게는 큰 타격이 될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토종 OS를 개발해서 국산 휴대폰에 탑재하고, 외국에 수출도 해야 한다.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의 경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판 안드로이드의 개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른 업체들이 시장을 꿰차고 앉은 후에는 설령 토종 OS가 나와도 큰 의미가 없다.

토종 OS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셋 중에 하나라도 다른 길로 가거나 비협조적이면 한국판 안드로이드의 개발은 힘들어 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IT혁명의 대열에서 구경꾼이 되고 만다. 지금까지의 주체적 입장을 내주고 옆에서 지켜보거나 뒤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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