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베이트는 자사의 의약품이 병원에 처음 도입될 때 지급하는 랜딩비, 처방 유지를 위한 선지원금, 골프 접대, 약값 할인 등 고전적인 방법과 함께 설문조사(시장조사) 사례비 지급 등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설문조사 사례비는 제약사가 시장조사업체와 계약을 맺고 의사들에게 처방 유형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일정하게 책정된 비용을 주는 것으로 외견상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사를 시행하는 제약사의 의약품 처방량에 비례해 사례비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신종 리베이트로 불리고 있다.
◆ 설문조사 빙자 현금 제공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달 초 적발한 리베이트도 설문조사를 이용한 경우였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C사는 시장조사업체 MNBK에 의뢰해 2009년 5월부터 11월까지 ‘처방패턴조사’를 실시, 의사 217명에게 모두 2억9727만원을 지급했다.
처방패턴조사는 환자의 증상과 해당 의약품을 투여한 후 보이는 변화 등을 의사가 기록하는 것이다.
설문지 한 건당 3만원의 자문료가 책정된 이 조사에서 C사는 자사 의약품의 처방량에 따라 의사 한명 당 최소 9만원에서 많게는 837만원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계 다국적제약사 H사와 국내 중견제약사인 K사도 같은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다.
H사는 MNBK를 통해 지난해 3∼4월 전국적으로 의사 858명에게 자사 의약품에 대한 역학조사를 명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설문지 1건당 5만원씩 지급하는 방법으로 13억2600만원의 리베이트를 건넸다.
이 역시 자사 의약품의 처방량에 비례해 리베이트를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의사 명단과 설문조사 건수를 조정해 일부 의사에게 500만원까지 지급했다.
K사는 200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간 랜딩비, 선지원금 등은 물론 설문조사 수수료 등을 통해 의·약사에게 총 38억원을 뿌렸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5개월 동안 설문조사를 핑계로 9억8000만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한 의사는 설문지에 답변을 적어주는 대가로 1680만원을 받기도 했다.
◆ 다국적사에도 리베이트 만연
외부의 광고대행사를 끼고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유럽계 다국적 제약사 H사는 광고대행사 2곳을 통해 2008년 1월부터 쌍벌제가 시행된 후인 지난해 12월까지 3년간 병원에 광고판넬을 설치하고 광고비를 준 것처럼 꾸며 의사 697명에게 8억1851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H사는 자사 피부질환 의약품의 처방량에 따라 1회당 30만원에서 최고 300만원씩을 의사들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의사 자녀의 유학 자금이나 어학연수비 지원, 의사나 그 가족의 관광 목적 해외여행비 지원, 고가의 공연 티켓 제공, 제3자나 계열사의 신용카드 제공 등 리베이트 형태는 더욱 다양화·지능화 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쌍벌제 시행 이후 오히려 리베이트 방법이 크게 늘었다”며 “의사의 처방량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는 제약업계의 특성상 리베이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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