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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한류' 원조격인 박세리(가운데)가 2011년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김미현(왼쪽) 박지은과 얘기하고 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지난달 30일 일본골프투어(JGTO) 홈페이지(www.jgto.org). 배상문(25·우리투자증권)이 ABC챔피언십에서 연장 여섯번째 홀 접전끝에 2위를 하자 그를 ‘골프 한류 스타’라고 표현했다. 골프에도 ‘한류’가 붙여지는 순간이었다.
배상문이 그런 대접을 받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올시즌 열린 JGTO 22개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은 3분의 1을 넘는 8개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배상문이 그 중 3승을 올렸다. 배상문을 제외하고 올해 2승을 올린 선수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지난해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가 한국남자골퍼로는 최초로 JGTO 상금왕이 됐지만, 그는 막판까지 일본선수들과 상금왕 다툼을 벌였다. 그 반면 배상문은 올해 유일하게 ‘다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상금왕을 확정짓다시피 했다. JGTO에서 17승을 거둔 베테랑 다니구치 도루(43)가 “내 라이벌은 이시카와 료도, 이케다 유타도 아니다. 배상문이다”라고 할 정도로 배상문은 올해 일본에서 우뚝 섰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는 어떤가. 안선주(24)가 이미 4승을 올리며 3년연속 상금왕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안선주는 상금랭킹 2,3위인 일본선수들과 상금차이를 3400만엔으로 유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JLPGA투어는 올해 두 대회를 남겼다.
지난 6일에는 김종덕(50)이 일본 시니어투어 상금왕 소식을 전해왔다. 올해 시니어투어에 데뷔한 김종덕은 2승을 올리며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투어 정상에 섰다.
일본을 대표하는 3개 프로골프투어의 상금왕을 한국선수가 차지할 판이니, ‘골프 한류가 일본 골프를 석권했다’는 표현도 무리는 아닐성싶다.
가수·배우·드라마 등에서만 한류(韓流)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골프는 그보다 일찍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국’이 돼 있었기에 한류 타이틀도 먼저 달았어야 한다.
박세리(34·KDB산은금융그룹)와 최경주(41·SK텔레콤)를 필두로 한 한국 남녀골퍼들은 10여년 전부터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떨쳤다.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따돌리고 아시아 남자골퍼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여자골프에서는 박세리에 이어 김미현(34·KT) 박지은(32) 신지애(23·미래에셋) 최나연(24·SK텔레콤)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세계 톱랭커들이 쏟아졌다.
남녀골프 세계랭킹만 봐도 골프 한류를 뚜렷이 알 수 있다. 현재 여자골프는 세계랭킹 10위권에 한국선수 세 명이 들어있다. 최나연 신지애 안선주 김인경이 그들이다. 남자골프는 세계랭킹 50위권에 한국선수 4명이 올라있다. 최경주 김경태 배상문 양용은이 그 주인공이다. 남자골프의 경우 한국선수를 제외하고 랭킹 50위안에 드는 아시아 선수는 일본의 이시카와 료(49위)밖에 없다. 중국의 ‘간판’이라는 량웬총이 251위인 것만 봐도 한국 남자골퍼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우리 선수들의 저변도 넓어졌다. ‘박세리-신지애-최나연-안선주’, ‘최경주-양용은-김경태-배상문’에서 보듯 잘 하는 선수가 조금 주춤하면 금세 다른 선수가 나타나 자리를 잇는다. 미국LPGA투어에서는 매 대회 한국선수들이 우승경쟁에 합류해 국내대회로 착각할 정도다. 얼마전에는 ‘미LPGA투어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이는 잘 갖춰진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한국 아마추어 국가대표들은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남녀 골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무적’이라 할만하다. AP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일에 몰입시키는 한국부모들의 유별난 교육열과 ‘올 인 문화’가 한국골프를 세계정상으로 이끌었다”고 진단한다.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프 강국으로 부상하자 한국 골프를 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아시아에서도 남자골프 메이저대회가 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세계연합팀간 단체전인 프레지던츠컵은 2015년 한국에서 열리기로 확정됐다. 한국은 17일 시작된 2011대회에 역대 최다인 세 명을 대표로 내보냈다. 4년 후 이 대회를 유치할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곤지암·스카이72·잭 니클라우스GC가 프레지던츠컵 유치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골퍼들의 활약상 외에도 한국은 골프장수 500개, 골프인구 300만명, 골프내장객 연인원 2000만명 등으로 ‘아시아 골프의 중심지’가 될 밑바탕을 갖췄다. 골프는 스코틀랜드에서 발원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양 구기종목에서 한국이 ‘강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10년전만 해도 많지 않았다. 무르익은 골프 한류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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