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가 물러난 지 약 10개월 만에 등장한 제헌의회는 이날 수도 튀니스의 외곽에 위치한 바르도 궁에서 개회식을 갖는 것으로 민주주의 시대의 첫 걸음을 뗐다.
개회식에 참석한 의원들은 국가 제창을 포함한 식순을 진행한 뒤 감격에 겨운 듯 서로 포옹하며 기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지난달 실시된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엔나흐다 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는 “신(神)과 (민주화 운동의) 순교자, 부상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들 덕분에 역사적인 오늘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지도자인 몬세프 마르주키도 “바르도 궁은 거짓과 가식의 장소였지만 이제는 국민을 대표하는 진정한 의회가 됐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이날 바르도 궁 밖에는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 유족들을 포함한 시위자 수백 명이 모여 제헌의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국민이 의회를 지켜보고 있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 라픽 부드자리아는 “혁명의 가치인 존엄성과 자유를 의원들에게 상기시키려고 이곳에 왔다”면서 “국민이 그들에게 무한정의 자유재량을 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튀니지의 제헌의회는 지난달 23일에 실시된 튀니지 사상 첫 자유선거에서 뽑힌 의원 21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앞으로 새 헌법을 제정하고 차기 총선까지 나라를 이끌 새 과도정부의 수반을 지명할 예정이다.
현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마르주키가 대통령으로, 엔나흐다 당의 하마디 제발리가 총리로, 에타카톨당의 무스타파 벤 자파가 의회 의장으로 뽑힐 공산이 크다.
그밖에 의회는 부의장 2명을 추가로 선발하고 조만간 의회의 내부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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