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은 4분기 들어 부쩍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3분기까지만 해도 채권 발행 규모는 1조2000억원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10월 한달에만 삼성물산, 제일모직, 호텔신라 등 계열사를 통해 82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는 등 11월 들어서도 채권시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삼성이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선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발행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해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유럽 등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호텔신라의 경우 실제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채권발행 이유를 들었다.
LG는 올들어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그룹내 새 전성기를 맡고 있는 화학계열사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현금창출력을 발휘하고 있다. LG화학은 내달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으로 2009년 4월 이후 오랜만에 채권시장을 찾게 된다. 특히 LG화학은 화학사업과 신사업의 안정적 성장 전망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 자금조달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도 신용등급이 높은 계열사들에 자금조달 임무를 맡기고 있다. 역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화학계열사가 그 전면에 섰다. 지난 6월 호텔롯데가 2300억원, 7월 롯데제과가 10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9월말 호남석유화학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들은 모두 신용등급이 ‘AA+’인 계열사들이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그룹내 AA+ 등급을 가진 계열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자금 확보에 적극적이다. 주력 회사인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각각 3000억원씩 총 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에 사용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매우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 2009년 발행한 채권과 비교할 경우 이자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시장 판매 증가 및 수익성 개선을 통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내 상당 금액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높은 업체들은 낮은 이자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STX그룹은 내년 1분기까지 해외자산 매각과 자본유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STX조선해양은 내년 1월 만기 회사채 상환 자금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1000억원, BW 1000억원을 지난달 발행했다. 또 STX OSV 매각 등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해 7000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TX에너지는 프리 IPO를 통해 빠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6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가장 애물단지였던 밥캣 리스크 해소에 주력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회사인 밥캣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억8000만 달러의 사채를 발행한 뒤 밥캣에 출자했다. 이 돈은 밥캣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밥캣은 자체 보유 자금으로 약 9000만 달러를 상환했다. 밥캣의 나머지 차입금 17억2000만 달러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갚았다. 아울러 새롭게 리파이낸싱을 체결하면서 상환기간을 2015년~2017년으로 3년 더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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