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춘기행-하> 관동 제일의 산, 백두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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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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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미화 기자) 중국인에게는 창바이산으로 알려진 백두산이 이번 창춘 여행의 마지막 장소였다. 여름철 등산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한겨울의 백두산 또한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남쪽에서 온 관광객에게 있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백두산과 신비스러운 천지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4일 오전, 일행은 창춘과 백두산을 오가는 남방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0여분을 날아 우리는 백두산 공항에 도착했다. 창춘과 백두산을 잇는 항공편이 하루 두번 마련되어 있는 덕에 백두산 여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요란한 도시를 떠나 깨끗하고 한적한 백두산 공항으로 들어서니 완전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백두산은 남, 북, 서 세 가지 코스를 통해 오를 수 있는데 등산 코스마다 각기 다른 경관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천지와 폭포, 온천, 지하산림, 원시산림, 지하수, 안개 여기에 겨울철 눈꽃까지 한데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대자연의 사랑을 독차지한 백두산이었다.

백두산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는 서쪽 코스지만 시간적 제약과 계절적 원인으로 일행은 북쪽 코스를 선택했다. 북쪽 코스는 세 코스 중 개발이 가장 잘 되어 있는데 차를 타고 천지 부근까지 오를 수 있어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한다.

백두산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잘 정돈되어 있었다. 길 양옆으로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쌓인 눈에 반사된 햇빛이 반짝거리며 나무들을 수놓고 있었다.

“백두산은 오염되지 않은 땅이라 눈을 바로 먹어도 괜찮아요” 가이드가 너스레를 떤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늘만큼 자란 나무들은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긴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북쪽코스 입구에 다다른 일행은 지프 차량으로 갈아탔다. 6명씩 한 조를 이뤄 차에 몸을 싣고 산을 오르기로 했다.

“차에 타서 기사에게 말을 걸면 주의력이 흐트러질 수 있으니 대화는 삼가해야 합니다” 가이드가 일행에게 신신당부했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니 가이드의 당부가 이해되었다. 길은 꽤나 넓게 나 있었지만 끝도 없이 이어진 구불구불한 길이 아찔했다. 그나마도 일행이 찾은 날은 날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바람까지 부는 날이면 차체가 흔들려 가다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천지로 이동 중에도 가이드는 천지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개나 구름에 천지를 품고 낯선이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은 생전에 세번 백두산을 찾았는데 올 때마다 천지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똑같이 세번 백두산에 오른 장쩌민은 한번도 천지를 볼 수 없었죠.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날씨 걱정이 앞서는 가이드였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듯한 기세로 천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바라본 차창 밖 풍경에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이 벌어졌다. 울창한 수풀과 나무 사이사이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한 폭의 그림같은 장면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1분 같은 20여분이 지나고 정상에 다다른 차가 멈춰섰다. 차 문을 나서니 차가운 겨울 공기가 뺨에 닿았다. 고산답게 산소가 희박했다.

이 날 산 아래 평지 기온은 영하 12도였지만 1000m마다 기온이 6도씩 떨어진다고 했다. 백두산 높이가 2000m 남짓하니 정상 온도는 영하 25도였다. 여기에 바람까지 몰아치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인파를 따라 100여m를 걸어가자 말로만 듣던 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천지의 물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만 청명한 빛깔은 살아있었다. 때마침 해가 뉘엿뉘엿 기울며 태양의 붉은 빛이 천지를 휘감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물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만 청명한 빛깔은 살아있는 백두산 천지.

덩샤오핑(鄧小平)이 쓴 글자 ‘천지(天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휴대폰이며 카메라를 꺼내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지만 뼈를 에는듯한 추위에 전자기기는 작동 불가상태였다. 신비스러운 모습을 간직하려는 천지의 장난처럼 느껴졌다.

아쉬운 마음에 사람들 몇몇은 계단을 올라 천지를 내려다보며 가슴으로 천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치고 숨쉬기 조차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을 잊게할 만큼 천지는 아름다웠다.

백두산 부근에는 각종 부대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백두산 바로 아래 자리잡은 란징(藍景)호텔은 온천으로 유명하고 일행이 묵은 5성급 호텔 톈위(天域)호텔 또한 최고급 시설이었다.

호텔로 돌아와 여독을 풀며 백두산에서 남긴 추억을 뒤적거렸다. 강추위에 닥치는대로 셔터를 눌렀지만 워낙 빼어난 경관 덕에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신비스러운 천지와 장엄한 백두산이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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