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언 발에 오줌 누기

'언 발에 오줌 누기.'(임시 변통은 될지 모르나 그 효력이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사태가 더 나빠짐을 이르는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분연히 일어섰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인터넷 게임'을 지목했다.

최근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부각된 학교폭력 문제도 게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직접 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해 "게임산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게임중독 관련 뇌과학자 간담회'를 주최하고 이어 일정 시간 게임을 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꺼지는 '쿨링 오프'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의 주범인 게임 규제에 앞장서겠다는 것.

하지만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구체적 연관성이나 뚜렷한 기준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규제가 목적인 셈이다.

부모의 무관심, 학업에 대한 과중한 부담감,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인 풍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근원적이고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게임 자체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니까 규제한다는 논리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유인 즉슨, 문화산업 부문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게임업계가 무려 3중 규제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행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교과부까지 동참했다.

세 부처가 공통으로 내세운 규제의 이유는 청소년 보호다.

하지만 너무 경쟁적으로 유사한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더구나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게임업계는 당연히 이 같은 정부 부처의 규제 움직임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문제만 생겼다 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식 규제부터 생각하는 관료들이 우려가 되는 건 왜일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